창가에서 햇빛을 충분히 쬐면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의대 연구팀은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자연광과 인공 조명 환경을 비교한 결과, 자연광에 노출된 기간 동안 혈당이 정상 범위에 머무는 시간이 유의미하게 늘어났다고 지난 18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밝혔다.

제2형 당뇨병은 전체 당뇨 환자의 약 90%에 달하는 유형으로, 인슐린은 분비되지만 혈당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질병이다. 주로 비만, 유전 등에 의해 발병한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 70세의 제2형 당뇨병 환자 13명을 모집해 창문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는 사무실 환경과, 창문이 없는 인공 조명 환경에서 각각 4.5일씩 생활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오전 8시~오후 5시까지 해당 환경에서 지냈고, 식사량·운동·취침 시간과 당뇨병 약 복용은 동일하게 유지했다.

실험 결과, 자연광 환경에서는 혈당이 정상 범위에 머무는 시간이 전체 실험 기간의 평균 50.9%로, 인공 조명 환경(43.3%)보다 유의미하게 길었다. 연구팀은 “혈당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로 누적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혈관 질환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정상 범위 체류 시간의 증가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지표”라고 밝혔다.

햇빛을 쬐는 것은 에너지 대사에도 영향을 끼쳤다. 자연광 환경에서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탄수화물 산화 비율은 낮아졌다. 또한 저녁 시간대 멜라토닌 분비량이 증가하는 등 생체 리듬과 관련된 생리적 변화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빛 감지 세포’가 대사 활동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세포가 자연광에 풍부한 짧은 파장대(푸른빛 계열)의 빛에 반응해 생체 리듬 조절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