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는 미국의 65세 이상 당뇨 환자 중 절반은 1년 안에 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 의대와 노스웨스턴대, 일본 교토대 연구진은 ‘미국과 일본의 고령 당뇨 환자에서 세마글루타이드 투여 중단 현상’이라는 제목의 공동 연구를 지난 11월 미국 의사협회가 발간하는 심장 질환 전문 저널 ‘JAMA Cardiology’에 발표했다.
◇65세 이상 50%, 비만 치료 필요해도 1년 안에 ‘중단’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65세 이상 당뇨 환자 중 약 60%는 ‘위고비’ ‘오젬픽’의 성분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 투여를 1년 안에 중단했다.
미국 전자의무기록 데이터 분석 회사인 트루베타(Truveta) 연구진이 과체중·비만 환자 12만5474명을 분석한 또 다른 연구에서도 65세 이상 당뇨 환자는 젊은 환자보다 20~30%가량 약을 1년 안에 중단할 가능성이 높았다. 재투여 가능성은 더 낮았다.
NYT는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문제라고 봤다. 미국 메디케어(고령자·장애인 대상 공적 의료보험 제도)가 비만 치료제 비용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개인 부담금이 너무 늘어나자,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투여를 그만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용 부담 가장 컸다
65세 이상 고령 비만 환자는 본래 GLP-1 치료제가 필요한 핵심 대상으로 분류된다. 나이가 든 비만 환자일수록 식욕을 다스리지 못한 상태에서 운동만으로 감량 효과를 얻기가 쉽지 않아서다. 노스캐롤라이나 의대 노인 의학·비만 전문의 존 바시스 박사는 “고령층의 비만 유병률은 BMI 기준으로 약 40%에 이르고, 제2형 당뇨병 비율도 나이가 들수록 높아져 65세 이상에서는 거의 30%에 달한다. 비만 치료가 절실한 계층”이라고 했다.
이들이 GLP-1 치료제 투여를 하다가도 그만두는 것은 워낙 비싼 데다 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NYT는 “실제로 세마글루타이드나 티르제파타이드를 끊은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비용이나 보험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고 썼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 노보 노디스크 등과 합의를 통해 비만 치료제 가격을 낮추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메디케어 규정도 계속 쟁점이다. 현재 메디케어는 체중 감량 약에 대한 보장을 금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만 치료제 가격 인하와 메디케어 적용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구체적인 제도 변화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어르신들이 섣불리 GLP-1 치료제 투여를 시작하길 꺼리는 이유다.
◇위장 장애, 근육 손실도 문제
각종 부작용도 문제로 꼽혔다.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당뇨 환자의 20%가량은 위장 관계 부작용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살이 빠지면서 근육이 같이 빠지는 것도 문제다. 여러 임상시험에서 GLP-1로 빠진 체중의 35~45%는 지방이 아닌 ‘제지방(除脂肪·lean mass·체중에서 체지방을 뺀 것)’이라는 보고가 나온 바 있다. 버지니아대 내분비 전문의 젠치 리우는 “노화 과정에서 우리는 매년 근육의 0.5~1%를 잃는다. 고령자들이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를 쓰면 근육을 잃는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