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앉아 햇빛을 쬐는 것만으로도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치가 좋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의대 인간생물학과의 요리스 회크스(Hoeks) 교수팀 연구다. 결과는 18일 국제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게재됐다.
◇빛 쬐면 ‘생체 리듬’ 달라진다
우리 몸의 세포는 24시간 생체 리듬을 따른다. 생체 리듬은 햇빛, 즉 자연광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연구팀은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쬐는 것만으로도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이 개선될 수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평균 연령 70세의 제2형 당뇨병 환자 13명을 모집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큰 창문에서 4.5일 동안 머무르게 했다. 오전 8시~오후 5시까지 하루 9시간씩 인공 조명 없이 햇빛만 보면서 지내게 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평소 복용하던 당뇨병 약을 그대로 복용했고, 체중이 늘지도 줄지도 않도록 설계된 하루 세 끼 식사를 먹었다. 취침 시간, 운동 시간도 정해진 시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같은 조건에서 역시 4.5일 동안 창문 없는 방에서 인공 조명만 켜고 지내는 실험도 수행했다. 참가자들은 햇빛을 쬐던 실험이 끝나고 한 달 뒤 인공 조명만 쬐는 실험을 진행했다고 한다.
분석 결과, 참가자들의 혈당은 자연 햇빛을 쬐면서 지낼 때 더 오래 정상 범위에 머물러 있었다(전체 시간의 50%). 반면 인공 조명 아래 생활할 땐 참가자들의 혈당이 정상 범위인 시간은 43% 정도였다.
◇햇빛 쬐어야 몸속 지방 더 잘 태운다
수치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일 순 있다. 회크스 교수는 그러나 “혈당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로 보내는 시간이 누적되면, 심장 질환 같은 당뇨병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면서 “이 정도 차이는 유의미한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가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로 눈에 있는 ‘빛 민감 세포’가 있다고 봤다. 이 세포들은 대사 활동 주기를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자연 햇빛에 많은 짧은 파장(푸른빛 계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덕분에 우리 몸은 햇빛을 쬐면 생체 리듬이 더 좋아져, 지방을 더 잘 태우게 되고, 에너지 사용이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밤엔 수면 호르몬(멜라토닌)이 늘어나 잠도 더 잘 자게 된다. 근육 세포 속 생체 시계도 덕분에 더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얘기다.
연구를 검토한 영국 런던대(UCL) 시각신경과학과 글렌 제프리 교수는 “한낮의 햇빛(Daylight)이 우리 몸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연구”라면서도 “앞으로 대규모 임상 연구를 거칠 필요는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