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쥐가 이 주사를 맞고 ‘회춘’을 경험했다. 코로나 백신을 만든 리보핵산(mRNA) 기술을 활용한 주사제다. 아직 사람에게 적용되려면 갈 길이 멀지만, 연구가 거듭되면 노화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독일 암연구센터(DKFZ) 미르코 프리드리히 박사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펑 장 교수 연구팀이 함께 진행한 공동 연구 결과다. 1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됐다.
◇코로나 백신 기술로 ‘면역력 세포’ 젊게 바꿨다
우리 몸속 ‘T세포(T-cell)’는 면역을 담당한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하면 이를 감지하고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공격하는 역할을 한다.
T세포의 T는 흉선(Thymus)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 흉선은 가슴샘이라고도 불린다. 갑상선 아래 심장 위쪽에 자리하는 작은 기관이다. T세포는 이 흉선에서 자라는 세포다.
문제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 이 T세포 숫자와 기능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나이 먹을수록 백신이 잘 안 듣고 면역 항암제 효과가 떨어지는 것, 만성 염증이 늘어나는 것도 T세포가 줄고 퇴화해서다.
그동안 여러 과학자는 사람이 나이 들면서 이처럼 떨어지는 면역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흉선을 다시 살리는 연구를 거듭해왔다. 나이 들면 흉선도 쪼그라들고 지방으로 바뀌게 된다. 호르몬 치료 등을 통해 흉선을 살리는 시도를 지속한 것이다. 하지만 흉선 치료가 뜻대로 잘되진 않았다.
프리드리히 박사팀은 이에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흉선을 건드리는 대신에, 몸속 T세포를 젊게 바꿔보기로 한 것이다.
먼저 동물 실험에 착수, 노화가 시작된 16~20개월 쥐의 T세포를 분석했다. 이 쥐 나이는 사람으로 치면 50~70대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①DLL1(T세포가 잘 만들어지도록 신호를 주는 단백질), ②FLT3-L(T세포가 늘어나도록 돕는 신호를 주는 단백질), ③IL-7(T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신호를 주는 단백질) 등 세 가지 단백질을 찾아냈고, 이후 이 세 가지 단백질을 만드는 지시를 담은 mRNA 치료제를 일주일에 두 번씩 몇 주에 걸쳐 주사했다.
mRNA는 코로나 백신을 계기로 대중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플랫폼 기술이다. 최근엔 백신을 넘어 다양한 치료 기술로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 백신에선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하는 플랫폼으로 쓰였다면, 이번 T세포 회복 치료에선 면역 세포 생산과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플랫폼으로 쓰인 것이다.
◇늙은 쥐도 ‘반짝’ 젊어졌다
연구팀은 이후 mRNA 치료를 받은 쥐들의 T세포 숫자가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백신 반응도 더 강해졌고 면역 항암 치료 효과도 올라갔다고 한다. 나이 들어 둔해진 면역 시스템이 다시 젊어진 것이다.
다만 효과가 오래가는 것은 아니었다. 주사를 멈추면 효과는 서서히 사라졌다고. 완전한 ‘영구 회춘’을 가져오는 치료는 아니라는 얘기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아직 동물 실험 단계인 만큼,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오는지는 더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번에 표적으로 삼은 단백질 3개는 사람 몸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만큼, 앞으로 사람을 위한 노화 치료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연구를 주도한 프리드리히 박사는 “노화된 면역을 완전히 되돌리는 치료는 아니지만, 면역 기능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