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적으로 큰 힘을 써야 할 때, 욕을 내뱉으면 힘이 더 번쩍 나고 신체 수행 능력이 순간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킬 대학의 리처드 스티븐스 박사팀이 진행한 연구다. 욕설이 심리 억제를 낮추고 뇌를 ‘몰입(flow) 상태’로 밀어 넣으면서 신체 능력이 즉각적으로 반짝 좋아진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 결과는 19일 미국 심리학회 저널 ‘아메리칸 사이콜로지스트(American Psychologist)’에 소개됐다.
◇욕 하면 힘 ‘번쩍’ 난다
욕설의 효과는 기존 연구에서도 관찰된 바 있다. 연구 실험 참가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자전거를 타거나, 얼음 물에 손을 담그고 버틸 때 욕설을 내뱉으면 순간적으로 근력이나 통증 인내력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가 발표될 때마다 학자들은 보통 욕설이 ‘투쟁-도피(fight or flight)’ 반응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투쟁-도피 반응이란 위험을 느낄 때 몸이 자동으로 비상 상태에 돌입하게 되는 것으로, 심박수와 각성이 높아져 싸우거나 도망칠 준비를 하게 되는 반응이다. 그러나 실제 심장이 빨라지는 등의 신체 각성 신호가 관찰되지 않으면서 이 가설은 묻히게 됐다.
이번 연구에서 스티븐스 박사팀은 욕설이 반대로 ‘억제 해제’ 상태를 유도한다고 봤다. “욕을 내뱉을 때 사회적 제약을 잠시 벗어던지게 되고, 그 결과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욕했더니, 의자 팔굽혀펴기 11% 더 오래 했다
연구진은 이에 실험 참가자 192명을 모아 놓고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의자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2초마다 한 번씩 욕설을 하거나, 의미 없는 일상어를 중얼거려야 했다.
이후 결과를 분석해보니, 욕을 하면서 운동한 그룹의 경우엔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도 높았고 심리적 몰입(flow) 상태가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자 팔굽혀펴기를 하는 시간이 평균 11% 더 길었다.
스티븐스 박사는 “욕설은 말 그대로 칼로리를 쓰지도 않고, 약물도 필요 없고, 돈도 들지 않는, 그야말로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수행 향상 도구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욕설의 효과를 계속 연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욕설이 주는 자신감 상승 효과가 이성에게 다가갈 때에도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