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들이 태양 폭풍 같은 천재지변으로 서로를 피할 수 있는 능력(회피 기동 능력)을 갑자기 잃게 된다면, 단 2.8일 만에 큰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 전문 매체 ‘뉴 사이언티스트’는 미 프린스턴대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를 16일 소개했다. 연구팀은 충돌 위험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 최근 공개된 인공위성 개수와 위치 데이터를 활용해 ‘충돌 시계(CRASH Clock)’라는 지표를 새로 만들었다.
분석 결과, 모든 위성이 회피 기동 능력을 잃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상호 충돌까지 2.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망(스타링크)이 구축되기 전인 2018년을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엔 첫 충돌까지 121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 연구팀은 “우리도 위성 충돌 위험이 이 정도로 빠르게 커졌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구 저궤도에 있는 모든 위성의 회피 기동이 멈추는 상황이 정말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일까? 과학계에서는 “확률이 무척 낮긴 하지만, 위험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강력한 태양 폭풍으로 대다수 위성이 막대한 타격을 입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강력한 태양 폭풍이 발생했을 때 스타링크 위성 일부가 물결처럼 흔들리는 현상이 관측되기도 했다.
최근엔 스페이스X뿐 아니라 아마존도 ‘레오(Leo)’라는 이름의 위성망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역시 ‘궈왕’ ‘첸판’ 등 위성망을 구축하기 위해 군집 위성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위성 수만 기가 지구 궤도를 돌면 대규모 충돌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버밍엄대 우주항공학과 휴 루이스 교수는 “우리는 카드로 만든 집 위에 계속 카드를 얹고 있는 셈이다. 카드가 많아질수록, 무너질 때의 붕괴도 더 커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