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의료 바이오 기업 휴젤의 리더십 체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5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2023년부터 휴젤 수장 역할을 해온 차석용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와 함께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차석용 회장은 LG생활건강을 18년간 이끈 초장수 CEO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차 회장은 휴젤과 함께 LG생활건강 고문으로 활동 중인데, 비슷한 시기인 내년 초 퇴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차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휴젤 주식을 대량 매도 정리했다. 차 회장은 지난달부터 이달 2일까지 휴젤 보유 주식 총 1만5000주를 6차례에 걸쳐 장내 매도했다. 2023년 3월에 부여받은 스톡옵션의 행사 시점이 지난 5월 14일 도래해, 매도가 가능하다. 금액으로 따지면 38억3000만원어치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차 회장이 용퇴를 앞두고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차 회장의 주식 대량 매도와 관련해, 휴젤 관계자는 “차 회장 개인의 재무 계획에 따른 거래일 뿐”이며 “회사의 실적 전망이나 사업 방향과는 무관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휴젤의 주력 제품은 보툴리눔 톡신 제품과 필러다. 휴젤의 지난해 매출액은 3730억원, 영업이익은 1663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오는 3월 차 회장이 연임 대신 퇴임을 택하면서, 휴젤 이사회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차 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휴젤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0월 합류한 캐리 스트롬(Carrie Strom) 글로벌 CEO가 내년 이사회에 새롭게 진입할 예정이다. 현재 휴젤 이사회는 기타 비상무이사 5인, 사외이사 2인으로 총 7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는데, 사외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들은 모두 GS그룹과 CBC그룹 측 인사다.
휴젤은 지난 9월 제약사 보령의 전문경영인 출신 장두현 대표에 이어 10월 캐리 스트롬(Carrie Strom) 대표를 글로벌 CEO로 영입했다. 스트롬 CEO는 2020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 제약사 애브비의 수석 부사장이자 엘러간의 에스테틱스 글로벌 총괄 사장을 역임했다.
회사는 두 대표 영입 배경에 대해 ‘국내외 동반 성장’을 목표로 하는 투톱 체제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일각에선 최대 주주 CBC그룹 측의 휴젤 경영권 매각 추진을 위한 밑 작업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재 휴젤의 최대 주주는 지분 43.53%를 보유한 아프로디테홀딩스다. 아프로디테홀딩스는 2021년 베인캐피탈이 매도하는 휴젤의 경영권을 인수하고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싱가포르계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 사모펀드 CBC그룹, GS그룹과 국내 사모펀드 IMM이 공동 출자한 SPC IMM인베스트먼트,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가 주주로 구성돼 있다. 당시 약 1조 7000억원 규모에 휴젤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와 관련 휴젤 측은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한 리더십 재편”이라고 선을 그었다. 차 회장 퇴임에 대해서는 “이사회 의결 절차가 남아 있어, 이사회를 거쳐 정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휴젤 내부 한 관계자는 “한국 대표와 글로벌 CEO의 역할 분담 구조가 현재는 특이하게 보일 수 있으나, 내년 초 차 회장 임기 종료 후 캐리 스트롬 CEO가 이사회 멤버로 들어가면 역할 구분이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내년엔 더욱 공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