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초기 직원 1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상장을 준비하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창업 5년 만에 상장에 도전하게 됩니다.”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성북구 KIST 창업성장센터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2027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큐어버스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출발한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2021년 설립된 큐어버스는 저분자 화합물 기반 신약 개발 기업이다. 시중의 상용 라이브러리를 활용하지 않고, 뇌혈관장벽(BBB) 투과율, 제형·제조 용이성, 복약 편의성 등 상업화 요건을 초기 설계 단계부터 반영한 자체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후보 물질의 구조 설계도 자체적으로 수행한다.
지난해 10월 큐어버스는 이탈리아 중추신경계 전문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에 경구형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CV-01’을 3억7000만달러(약 506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임상 3상 성공 및 상용화 시 지급되는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한 금액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출신 스타트업이 창업 3년 만에 임상 초기 단계 기술로 이 같은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드문 편이다.
조 대표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27일 ‘보건의료기술진흥 유공 포상’에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조 대표는 “개인에 대한 포상이지만 회사 성과의 결과”라며 “향후 5년 내 추가로 두 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지속 가능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V-01은 현재 서울대병원 주관으로 코카시안 피험자를 포함한 국내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종료가 예상된다. 적응증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만성 신경염증 질환 등이다. 안젤리니파마는 여기에 뇌전증 적응증을 추가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안젤리니파마는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의 유럽 판권을 보유한 회사다.
조 대표는 “미국·유럽 진출을 위한 브리징 임상 준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며 “미국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찰스리버의 핵자기공명분광분석(NMR)을 통해 CV-01의 작용 기전이 실제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후속 파이프라인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후보 ‘CV-02’는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항암제 후보 ‘CV-03’은 내년 비임상 단계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 이 외에도 3개의 파이프라인이 추가로 준비 중이며, 개발 우선순위는 사업개발 전략에 따라 조정할 방침이다.
조 대표는 “CV-01 기술이전 이전에 200~300곳과 접촉했고, 이 가운데 20여 곳과 실질적인 미팅을 진행했다”며 “파트너사가 요구하는 데이터를 개발 과정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큐어버스는 안젤리니파마와의 기술이전 계약에 힘입어 올해 누적 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회사는 글로벌 권리에 기반해 개발·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과 매출 로열티를 확보하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의 상업화 권리는 자체 보유하고 있다.
큐어버스는 현재 미래에셋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 준비에 착수했다. 조 대표는 “내년에도 매출 발생이 예상되며, 하반기에는 프리IPO 투자 유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