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전이성 위암 환자를 위한 면역항암제 치료는 이미 표준요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면역항암제가 절제 수술이 가능한 초기 위암 환자의 생존율도 유의미하게 높일 수 있다는 게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CC)의 옐레나 얀지기안(Yelena Y. Janjigian) 암 전문의는 지난 6일(현지 시각)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ESMO ASIA 2025)’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얀지기안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진행한 글로벌 3상 임상 ‘마테호른(MATTERHORN)’을 이끈 책임 연구자다. 이번 임상은 원격 전이가 없는 초기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GEJ) 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 항암화학요법(FLOT, 플루오로우라실·류코보린·옥살리플라틴·도세탁셀)에 면역항암제를 병용했을 때 생존율이 높아지는지 평가했다. 연구에 쓴 면역항암제는 ‘임핀지(Imfinzi·성분명 더발루맙)’다.

그는 “최근 미국·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수술만으로 완치는 어렵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추가 치료 전략이 필요한 이유”라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수술 전 항암·면역 병용요법을 시행하고, 수술 후에도 같은 요법을 이어가는 전략이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학회에서 얀지기안 교수는 임상에 참여한 한국·일본·대만 환자에게도 이 같은 병용요법이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얼마 전, 절제 가능한 위암·위식도접합부 선암 환자에게 이 요법을 사용해도 된다고 승인했다”며 “아시아·미국·유럽의 치료 전략을 통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위암은 매년 전 세계에서 약 120만명이 진단을 받는 만큼, 사회경제적 질병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CC)의 옐레나 얀지기안(Yelena Y. Janjigian) 암 전문의가 지난 6일(현지 시각)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ESMO ASIA 2025)’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싱가포르=박수현 기자

연구에서 항암·면역 병용요법은 병리학적 완전관해율(pCR), 무사건생존(EFS), 전체생존(OS) 등 핵심 지표에서 항암 단독요법 대비 우월성을 입증했다. 얀지기안 교수는 “병용요법을 쓴 환자의 약 19%는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방사선 치료 없이 항암·면역만으로 이런 수치가 나온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병용요법은 환자의 수술 적합성도 떨어트리지 않았다. 그는 “환자와 의료진은 ‘수술을 늦추면 나중에 수술이 어려워지는 것 아닐까’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라며 “병용요법으로 환자의 면역체계를 강화하면 수술 후에도 암 억제력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에서도 수술 전 1~2회 병용요법을 진행한 후 알부민 수치가 오르는 등 몸의 상태가 빠르게 개선돼 수술을 더 잘 견디는 환자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효과는 모든 연령대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는 “연구에 18세부터 84세까지 참여했는데,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아시아 환자는 대사 특성상 백혈구 감소증, 특히 호중구 감소증 발생률이 다른 지역 환자보다 높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 의료진은 초기부터 백혈구 촉진 주사를 적극 사용하는 전략을 널리 채택하고 있다. 얀지기안 교수는 “체력이 약한 환자는 FLOT(표준 항암요법) 용량을 처음에 조금 낮추는 것도 방법”이라며 “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조합이 종양 축소의 핵심이기 때문에 초기 FLOT 용량 조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후 수액 치료나 백혈구 촉진 주사 등을 병행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치료 과정을 잘 견딘다”고 설명했다.

병용요법은 특히 수술 전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종양이 남아 있는 상태여야 면역체계가 더 많은 항원을 ‘학습’하고 T세포(면역세포) 반응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얀지기안 교수는 “미만형(diffuse) 위암이나 반지세포암(signet-ring cell carcinoma)의 경우, 2기(T2)라도 반드시 수술 전 병용요법을 권한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 환자는 전통적으로 헬리코박터 감염과 연관된 ‘하부 위암’이 많아 절제 수술 후에도 비교적 회복이 용이했지만, 최근 근위부(식도와 가까운 위 상부)·위식도접합부(GEJ) 암이 증가하는 추세다”라며 ”이런 환자들은 수술 후 회복이 훨씬 어렵기 때문에, 수술 전에 병용요법으로 종양의 크기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