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기업 종근당 총수 일가 이장한 회장과 세 자녀가 보유해 온 앱클론 주식 4만8905주 전량을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장내 매도해, 20억원을 현금화했다. 신약 개발 기업 앱클론은 종근당이 지난 5월 투자를 단행한 회사다.
앱클론은 지난 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주식 등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를 공시했다. 공시 보고서와 회사 측이 밝힌 이 회장과 세 자녀의 앱클론 주식 매수 시점을 토대로 추산해 본 결과, 오너 일가 4인이 10억~12억원 규모의 차익을 봤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 일각에선 회사의 보유 지분이 묶여 있는 틈을 타 오너 일가가 투자 수익을 실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 오너 일가 ‘앱클론’으로 20억 현금화
지난 5월, 종근당은 앱클론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122억원(140만주)을 투자하며 2대 주주(지분 약 7.3%)로 올라섰다. 이는 종근당의 첫 100억원대 외부 투자이자, 앱클론의 재무구조 개선과 신약 개발에 힘을 실어준 전략적 투자(SI)라 관심을 모았다.
이장한 회장과 세 자녀의 앱클론 주식 보유 사실도 이때 처음 알려졌다. 지난 5월 22일 앱클론은 이 회장과 그의 세 자녀 이주원, 주경, 주아씨가 앱클론 주식 총 4만8905주를 보유 중이라고 신규 보고한 보고서를 공시했다.
종근당의 투자는 시장의 기대를 키웠고 앱클론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 5월 2일 9000원대였던 앱클론 주가는 꾸준히 올라 지난 12월 1일 4만원을 돌파했다.
그런데 지난 2일부터 4일, 이 회장과 세 자녀는 사흘간 보유 주식 전량을 팔았다. 매도 평균 단가는 4만1000원대, 매도 총액은 약 20억원 규모다. 종근당 관계자는 이 회장 일가의 주식 매입과 매도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답했다.
오너 일가 개인의 취득 단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5월 공시 당시, 앱클론의 종가는 1만1900원이었다. 오너 일가 개인이 회사(종근당)와 동일한 할인된 유상증자 발행가(8723원)로 주식을 취득했다면, 오너 일가 개인 총투자금은 약 4억2670만원, 약 16억원의 차익을 봤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해석에 대해 종근당은 “오해”라며 해명했다. 또, 이 회장 일가의 앱클론 주식 매수 시점은 주식 보유 현황이 공시된 지난 5월이 아닌 ‘지난해 3월’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 측 입장을 전한 회사 관계자는 “이 회장 일가가 작년 3월부터 앱클론 주식을 보유 중이었고, 이후 올해 종근당이 앱클론 유증에 참여하면서 개인의 기보유 주식이 함께 5월에 공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 “(이 회장이) 6개월여 만에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작년 3월 중 앱클론 주가(종가 기준)는 최저 1만6760원, 최고 2만1150원이었다. 당시 오너 일가가 1만6760원에 앱클론 주식을 샀다면 이들의 총투자 금액은 약 8억원, 최고가에 매수했다면 1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오너 일가가 총 20억원을 회수했으니, 21개월 만에 약 10억~12억원대 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지난달 19일, 종근당산업도 앱클론 보유 지분 9113주를 단가 3만500원에 전량 매도했다. 종근당산업은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종근당홀딩스의 계열사다.
◇ 줄매도에 주가는 출렁… “파트너십 지속”
창업주 일가와 기업 임원, 주요 주주의 주식 매매 거래와 지분 변동은 시장의 투자 심리, 기업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종근당의 큰 투자가 앱클론 주가 상승의 주요 재료가 됐듯, 오너 일가의 앱클론 주식 줄매도 역시 주가 흐름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너 일가의 매도가 집중된 지난 2일~4일 앱클론 주가(종가 기준)는 4만원대(최고 4만2350원)였는데, 8일엔 3만6350원까지 내렸다.
결과적으로 기업(종근당)과 오너 일가 개인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상황이 됐다. 종근당은 의무 보호예수로 앱클론 지분을 1년간 팔 수 없는데, 오너 일가는 주식을 전량 팔았다.
종근당은 지난 5월 앱클론의 CAR-T 치료제 ‘네스페셀’의 상업화 우선권을 확보해 신약 공동개발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고, 여전히 앱클론의 2대 주주다. 종근당은 앱클론 투자를 단행하면서 ‘세포유전자치료제(CGT)라는 새 영역의 신약 개발에 나서는 전략적 결정이자, 기업 차원의 장기적 투자’라고 했다.
앱클론은 2026년 네스페셀의 품목허가를 목표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엔 3자 배정 영구 전환사채(CB)와 전환우선주(CPS) 발행을 통해 360억원대 투자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사업 전략에 오너 일가가 편승해 개인 몫을 챙긴 격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주식 거래와 이에 따른 소음이 회사의 부담을 키울 뿐 아니라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데, 신중한 판단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평했다.
종근당은 “오너 일가의 주식 매도는 앱클론과의 전략적 사업 파트너십과 무관하다”며 “앱클론과의 신약 공동 개발 협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