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 전경. /동성제약

동성제약의 기업 회생(법정 관리)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동성제약은 창업자인 고(故) 이선균 선대회장의 아들인 이양구 전 회장과 조카 나원균 전 대표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동성제약은 이 과정에서 회생에 들어갔는데 회생 절차를 계속 진행할지 여부를 두고 관계자들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내년 1月 회생 계획안 제출

10일 제약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11부(재판장 김호춘)는 최근 동성제약의 회생 계획안 제출 기간을 오는 15일에서 내년 1월 19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나원균 전 대표 측은 지난 4일 법원에 제출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동성제약 매각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이라 제출 기간 연장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동성제약은 현재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다. 인수합병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를 예비 인수자로 둔 상황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나오면 최종 투자자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유암코는 시중 은행 출자로 설립된 공적 성격의 기관이다. 동성제약은 지난 5일 인수 의향서를 받았고 오는 19일 입찰 서류를 마감할 계획이다.

동성제약의 회생 계획안은 인수합병을 진행한 뒤 법원에 제출될 전망이다. 회생 계획안에는 보통 매각 대금을 재원으로 채무를 어떻게 변제할지 등의 내용이 담긴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인수자가 확정돼야 회생 계획안 제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회생 폐지되면 인수합병 무산될듯

1957년 설립된 동성제약은 이선균 선대회장이 2008년 별세하고 3남 1녀 중 막내인 이양구 전 회장이 회사를 이끌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조카인 나 전 대표가 취임했다. 이 전 회장은 조카가 회사를 맡게 된 상황에서 지난 4월 보유하던 회사 지분 14%를 마케팅 회사 브랜드리팩터링에 120억원에 넘겼다. 나 전 대표는 당시 회사 지분이 4%대에 불과했다.

동성제약은 지난 5월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회생 절차는 빚이 많은 기업이 법원 관리 감독 하에 빚의 일정 부분을 나눠 갚고 나머지는 탕감받는 제도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회생 절차를 개시했다. 나 전 대표와 제3자인 김인수씨가 공동 관리인으로 선임됐다.

이후 나 전 대표는 지난 9월 물러났고 유영일 동성제약 대표가 새롭게 취임했다. 경영진이 바뀐 동성제약은 지난 달 회생 절차 종결(폐지)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비영업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 등으로 채무를 갚을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나 전 대표 측은 회생 폐지에 반대하며 인수합병 절차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법원은 동성제약 회생 폐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회생 폐지가 결정되면 인수합병 절차는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폐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기존 회생 절차를 그대로 진행한다. 법원은 채권자, 채무자, 관리인 등 의견을 검토한 뒤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동성제약에 회생 폐지 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재판부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