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산 방사성의약품(RPT) 신약을 개발 중인 셀비온이 임상 2상 결과를 토대로 이달 국내 조건부 허가 신청에 나선다.

업계는 이미 허가 기준을 충족한 만큼 승인에는 무리가 없다고 보지만, 시장의 관심사는 다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상업성을 가늠할 핵심 지표인 종양 반응률(ORR)이 앞선 결과 대비 반등할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권 셀비온 대표

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비온은 전립선암 RPT 신약 ‘포큐보타이드’의 임상 2상 최종결과보고서(CSR)를 곧 수령할 예정이다. 회사는 결과가 확보되는 대로 이달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포큐보타이드는 2023년 식약처의 글로벌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 대상으로 지정돼 2상 결과만으로도 시판허가가 가능하다. GIFT 대상 품목은 일반 심사(120일)보다 짧은 90일 안에 승인 여부가 결정되지만, 식약처가 보완을 요구할 경우 심사 기간이 일시 중단돼 내년 4분기까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RPT는 암세포에 결합하는 표적 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암세포만 공격하는 치료 방식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원리가 비슷하다. 전통적 항암제 대비 개발 기간이 짧고 부작용이 적다는 점이 장점이다.

현재 글로벌 전립선암 RPT 시장은 스위스 노바티스의 ‘플루빅토’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플루빅토는 출시 1년 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미국 일라이 릴리,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BMS),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도 관련 기술 확보에 뛰어들었으나 최근 임상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국내 기업들의 임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팜도 RPT를 신사업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했다.

포큐보타이드가 이번에 조건부 허가를 받으면 첫 국산 RPT가 된다. 국내에서 플루빅토는 지난 5월 허가 후 17개 병원에서 처방되고 있지만, 구강건조·적혈구 감소·빈혈 등 부작용과 2억원에 달하는 비급여 비용 부담으로 새로운 치료 선택지에 대한 요구가 크다.

셀비온은 허가를 획득하면 약가를 약 2700만원대로 책정해 국내 시장을 우선 공략할 계획이다. 국내 매출 2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며, 상장 당시 제시한 전망에 따르면 2026년 209억원, 2027년 401억원의 매출을 예상했다. 계획대로라면 늦어도 2027년부터 처방이 가능하다.

관건은 임상 2상 최종 분석에서의 ORR이다. ORR은 환자의 종양 크기가 유의하게 감소한 비율로, 항암 치료제의 효능을 평가할 핵심 지표다.

지난 9월 공개된 포큐보타이드의 ORR은 35.9%로 플루빅토(29.8%)보다 높았지만, 6월 중간 결과(47.6%)보다는 약 10%포인트 낮았다.

발표 직후 셀비온 주가는 하루 만에 30% 넘게 하락하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평가 시점과 환자 구성 차이일 뿐 약효 저하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셀비온은 국내 품목허가 기준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ORR과 안전성 모두 플루빅토보다 우수한 값을 보였으며, 국내 허가 기준인 ORR 21.3%를 넘어선 데이터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구강건조 발생률 역시 플루빅토(35.3%) 대비 13.2%로 낮았다.

셀비온 관계자는 “중간·최종 분석 임상 대상자 수 차이에 따라 수치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9월 발표된 지표만으로도 유효성과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했으며, 일본에서 진행된 플루빅토 2상보다 우수한 성과”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최종 ORR이 반등할지에 쏠려 있다. 이는 국내 허가를 넘어, 글로벌 경쟁약과 견줄 만한 경쟁력과 향후 시장성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라는 의미다.

셀비온은 현재 포큐보타이드 단독요법뿐 아니라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전략도 추진 중이다. 회사는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와 병용요법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 초 첫 투약을 시작할 계획이다. 초기 결과에 따라 MSD와의 기술이전 논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