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개봉한 영화 ‘죠스(Jaws)’는 낮은음이 반복되면서 ‘빠~밤, 빠~밤’이란 소리로 들리던 주제곡으로 유명하다. 스타워즈, 해리포터 등 숱한 명작의 음악을 만든 존 윌리엄스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의 4악장 도입부를 응용했다. 관객들은 나중에 그 소리만 들려도 바다에서 식인 상어가 다가오는 듯한 공포감을 느꼈다.
요즘 알파 세대는 다르다. 국내 기업 더핑크퐁컴퍼니가 2015년 유튜브에 처음 공개한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 가사를 떠올린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아기 상어 덕분인지 지난 50년 동안 영화와 TV에서 공포의 대명사였던 상어가 이제는 중립적 이미지로 변신했다. 위엄 있고 멋지다고 보는 사람까지 나왔다. 과학자들은 상어의 이미지 변신은 멸종 위기종(種)을 보존하는 노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반겼다.
◇상어 묘사한 단어 66%가 중립적 이미지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는 “심리학과의 칼라 리치필드(Carla Litchfield) 교수와 브리아나 르 부스크(Brianna Le Busque) 박사 연구진이 상어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조사했더니 예상과 달리 66%가 중립적인 이미지로 나타났다”고 지난 3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야생동물 연구’에 실렸다.
연구진은 미국과 호주, 영국인 371명을 대상으로 상어를 세 단어로 묘사하도록 요청했다. 연구진은 사용 빈도를 기준으로 자주 나온 단어를 더 크게 표시하는 워드 클라우드를 만들었다. ‘이빨, 턱, 포식자’라는 단어가 많았지만, 제시한 단어의 3분의 2는 감정보다는 기본적인 생물학적 지식을 반영한 중립적 표현으로 분류됐다.
상어를 고위험으로 인식한 참가자들은 ‘살인자’, ‘사나운’, ‘위험’과 같은 표현을 더 많이 사용했으며, 이는 대중 매체에서 자주 쓰는 언어와 비슷했다. 상어를 저위험으로 인식한 사람들은 ‘귀여운’ ‘오해받는’ 등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단어를 사용했다.
르 부스크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대중의 상어 인식이 대중 매체에서 흔히 접하는 ‘위협적인 포식자’라는 고정관념보다 훨씬 미묘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오히려 ‘위엄 있는’ ‘아름다운’ ‘매혹적인’과 같은 긍정적 단어도 상당수 발견됐다”고 말했다.
호주 연구진은 그동안 영화가 상어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해 왔다. 상어는 영화의 단골 소재이다. 2023년 연구진은 온라인 영화 데이터베이스인 IMDb에서 동물이 나온 영화 638편을 조사했다. 그중 가장 많이 등장한 동물이 상어(19.5%)였다. 그 뒤로 곤충·거미류(18.7%), 공룡(11.5%), 뱀(7.7%), 악어류(5.7%) 순이었다. 1920~1930년대에는 공룡과 영장류가 많이 등장했지만, 최근 수십 년은 상어가 자주 나왔다.
르 부스크 박사는 “사람들이 상어와 직접 접촉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상어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대부분 TV나 영화에서 비롯된다”며 “이를 통해 가장 흔한 공포증 중 하나인 ‘상어 공포증(Galeophobia)’이 조성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영화에서 상어는 빌런(악당) 역할만 맡았다. ‘죠스’를 이어 ‘언더 워터(원제 The Shallows·2016년 개봉)’ ‘메가로돈(The Meg·2018년)’ 같은 영화들은 상어가 의도적으로 인간을 사냥하고 공격하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2022년 호주 연구진은 IMDb에 수록된 상어 영화 109편 중 96%가 상어를 인간에게 잠재적인 위협 요인으로 묘사했다고 밝혔다. 단 한 편만 위협 요인으로 그리지 않았다.
◇상어가 인간 먼저 공격한 사례 드물어
영화와 달리 실제로 상어 공격을 받고 죽은 사람은 극소수이다. 미국 플로리다 박물관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에서 상어가 인간을 공격한 사례는 88건이고, 그중 47건만 인간의 도발 없이 상어가 먼저 공격한 경우였다. 상어 공격을 받고 사망한 사고는 7건인데 4건만 상어가 먼저 공격한 사례였다.
연구진은 인간에게 더 위협적인 존재는 상어가 아니라 인간이라고 밝혔다. 국제교통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교통사고 사망자는 3만2707명이었다. 오히려 인간이 상어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상어는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1970년 이래 지난 50년 동안 스쿠알렌이나 요리용 지느러미 때문에 남획되고 다른 물고기를 잡는 바늘에 걸려 혼획되면서 개체수가 71%나 감소했다.
스쿠알렌은 상어 간에서 추출하는 지질 분자로, 백신과 함께 투여하면 면역 반응이 더 강하게 유도되고 오래간다. 주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에 면역 증강제로 쓰이며, 보습, 노폐물 흡착에도 뛰어나 화장품 재료로도 사용된다.
과학계는 상어에 대한 인식 변화는 멸종 위기에 있는 상어를 보존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람에게 위험한 존재라고 보면 멸종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호주 연구진은 “이번 조사 결과는 상어에 대한 공포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이 상어를 생태학적으로 중요하고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동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Wildlife Research(2025), DOI: https://doi.org/10.1071/WR25068
Journal of Environmental Media(2023), DOI: https://doi.org/10.1386/jem_00096_1
Human Dimensions of Wildlife(2022), DOI: https://doi.org/10.1080/10871209.2021.1951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