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국 남서부 충칭에서 열린 '2025 중국 의료기기 박람회'에 등장한 외과용 로봇 중 하나. /신화통신

중국 저장대 연구팀이 ‘매듭 하나’로 로봇과 사람의 수술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당기는 힘(장력·張力)을 조절하는 ‘조절 매듭(slipknot)’을 만들고, 이를 통해 초보 의사도 수술 로봇도 정확하게 힘 조절을 해서 수술 상처를 봉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전자 센서, 혹은 복잡한 인공지능(AI) 기술 대신 단순한 물리적 원리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장력의 원리를 이용해서 중국 저장대 연구팀이 '조절 매듭(Slipknots)'을 개발하는 과정. 간단한 매듭의 원리를 활용해 로봇도 정교하게 상처를 봉합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장대학교

◇로봇이 스스로 힘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매듭 기술

상처를 매끈하게 꿰매고 매듭을 적절한 힘으로 묶는 것은 외과 수술에서 무척 중요한 과정이다. 너무 세게 묶으면 조직이 손상될 수 있고, 너무 약하게 묶으면 봉합한 상처 부위가 나중에 벌어질 수도 있다.

기존 로봇 수술의 난제 중 하나도 이 봉합이었다. 의사가 손끝 감각을 느끼면서 상처를 봉합하는 것이 아무래도 모니터를 보면서 로봇을 조작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중국 저장대 연구팀은 봉합을 로봇 수술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매듭’을 떠올렸다. 일정한 힘을 주면 자동으로 풀리는 매듭 하나를 만들어 상처를 봉합하는 실에 달아두면, 로봇이 봉합 실을 당길 때 매듭이 스르륵 풀리며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은 그러면 ‘아, 이만큼 당기는 것이 적절하구나’라고 깨닫고 자동으로 멈추게 된다. 간단한 매듭이 센서처럼 정확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매듭 기술을 ‘슬립처(Sliputure)’라고 이름 붙였다. ‘스스륵 풀리는 조절 매듭(slipknot)으로 상처를 봉합(suture)’한다는 뜻이다.

장력의 원리를 이용해서 중국 저장대 연구팀이 '조절 매듭(Slipknots)'을 개발하는 과정. 조절매듭을 활용해 매끈하게 상처를 봉합하고 있다. /저장대학교

◇초보 의사도 베테랑 수준으로

연구팀은 ‘조절 매듭’ 기술을 다양한 로봇 수술에 적용해봤다. 그 결과 조절 매듭으로 수술 정확도가 놀랄 만큼 향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동물 수술을 할 때 기존 로봇은 너무 세게 봉합사를 당겨 조직이 손상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조절 매듭’을 활용하면 95.4%의 정확도로 힘을 조절할 수 있었다. 초보 외과 의사가 이 기술을 활용할 땐 상처 봉합의 정확도가 121%가량 향상됐다.

수술 후 회복 속도도 빨랐다. 쥐의 결장 수술, 돼지 복강경 수술 등 다양한 환경에 적용해 봐도 장기 회복 속도가 기존 로봇 기술을 쓸 때보다 평균 이틀가량 빨랐다.

'조절 매듭(Slipknots)'을 적용해 의료진이 로봇으로 동물 수술을 하는 과정. 기존 로봇이 수술할 때보다 상처를 더 매끈하게 봉합했고, 덕분에 회복 속도도 더 빨랐다./저장대학교

연구팀은 여기에 더해 ‘카메라 감지 기능’도 덧붙여봤다. 조절 매듭이 풀리는 순간에 카메라가 이를 인식, 로봇 팔이 자동으로 멈추게 한 것이다. 연구팀은 “수술 정확도가 더 높아졌을 뿐 아니라, 정전이나 네트워크 장애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연구팀은 향후 이 기술이 의료진이 부족한 지역 병원, 개발도상국, 재난 상황 같은 극한 환경 등에 널리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상용화를 위한 ‘조절 매듭’ 자동 공정 과정도 거의 끝마친 상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