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대 연구팀이 ‘매듭 하나’로 로봇과 사람의 수술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당기는 힘(장력·張力)을 조절하는 ‘조절 매듭(slipknot)’을 만들고, 이를 통해 초보 의사도 수술 로봇도 정확하게 힘 조절을 해서 수술 상처를 봉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전자 센서, 혹은 복잡한 인공지능(AI) 기술 대신 단순한 물리적 원리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로봇이 스스로 힘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매듭 기술
상처를 매끈하게 꿰매고 매듭을 적절한 힘으로 묶는 것은 외과 수술에서 무척 중요한 과정이다. 너무 세게 묶으면 조직이 손상될 수 있고, 너무 약하게 묶으면 봉합한 상처 부위가 나중에 벌어질 수도 있다.
기존 로봇 수술의 난제 중 하나도 이 봉합이었다. 의사가 손끝 감각을 느끼면서 상처를 봉합하는 것이 아무래도 모니터를 보면서 로봇을 조작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중국 저장대 연구팀은 봉합을 로봇 수술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매듭’을 떠올렸다. 일정한 힘을 주면 자동으로 풀리는 매듭 하나를 만들어 상처를 봉합하는 실에 달아두면, 로봇이 봉합 실을 당길 때 매듭이 스르륵 풀리며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은 그러면 ‘아, 이만큼 당기는 것이 적절하구나’라고 깨닫고 자동으로 멈추게 된다. 간단한 매듭이 센서처럼 정확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매듭 기술을 ‘슬립처(Sliputure)’라고 이름 붙였다. ‘스스륵 풀리는 조절 매듭(slipknot)으로 상처를 봉합(suture)’한다는 뜻이다.
◇초보 의사도 베테랑 수준으로
연구팀은 ‘조절 매듭’ 기술을 다양한 로봇 수술에 적용해봤다. 그 결과 조절 매듭으로 수술 정확도가 놀랄 만큼 향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동물 수술을 할 때 기존 로봇은 너무 세게 봉합사를 당겨 조직이 손상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조절 매듭’을 활용하면 95.4%의 정확도로 힘을 조절할 수 있었다. 초보 외과 의사가 이 기술을 활용할 땐 상처 봉합의 정확도가 121%가량 향상됐다.
수술 후 회복 속도도 빨랐다. 쥐의 결장 수술, 돼지 복강경 수술 등 다양한 환경에 적용해 봐도 장기 회복 속도가 기존 로봇 기술을 쓸 때보다 평균 이틀가량 빨랐다.
연구팀은 여기에 더해 ‘카메라 감지 기능’도 덧붙여봤다. 조절 매듭이 풀리는 순간에 카메라가 이를 인식, 로봇 팔이 자동으로 멈추게 한 것이다. 연구팀은 “수술 정확도가 더 높아졌을 뿐 아니라, 정전이나 네트워크 장애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연구팀은 향후 이 기술이 의료진이 부족한 지역 병원, 개발도상국, 재난 상황 같은 극한 환경 등에 널리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상용화를 위한 ‘조절 매듭’ 자동 공정 과정도 거의 끝마친 상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