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7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프로티나의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김대영 한국IR협의회 부회장,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윤태영 프로티나 대표이사,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한국거래소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업 프로티나의 시가총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프로티나의 주가는 12월 들어 급등했다. 지난 2일 종가 기준 전일 대비 21.14% 상승한 9만80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 4일 10만원선을 뚫었다. 4일 종가는 전일 대비 11.08% 오른 10만4300원, 5일 종가는 전일 대비 5%가량 내린 9만8700원을 기록했다.

지난 7월 29일 상장 첫날, 1만7550원을 기록한 주가가 4개월여 만에 490%가량 오른 것이다. 최근 이 회사 주가를 밀어 올린 건 한국투자증권의 보고서 영향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회사의 기술 가치와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 보고서가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성공과 ‘코스닥 살리기 대책’에 따른 기대감과 만난 셈이다.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만한 새로운 뉴스가 더 나온 건 아니다. 회사 측도 지난 2일 주가 급등 요인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의 보고서가 시장에서 관심을 끈 영향으로 본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 신약 개발 열쇠 ‘단백질 상호작용’ 고속 분석

프로티나는 윤태영 대표이사(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2015년 8월 당시 재직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창업한 회사다. 회사의 핵심 기술은 단백질 간 상호작용(PPI, Protein–Protein Interaction)을 관측하고 정량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단백질은 세포 안팎에서 일어나는 신호 전달, 면역 반응, 유전자 조절 등 생체 기능을 담당한다. 세포 표면의 수용체 단백질이 신호를 받아 내부 단백질들과 상호작용을 해 전달하는 식이다. 정상적인 PPI 네트워크가 망가지거나 변형되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이 발생한다. 이에 PPI를 정밀 분석하는 게 질병 원인을 밝히고 새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프로티나는 단일 분자 수준의 단백질 작동 메커니즘을 분석할 수 있는 SPID(Single molecule Protein Interaction Detection) 플랫폼을 상용화했다. 이는 PPI 전용 분석 칩과 고속 검출 이미지 처리 장비, 자동 검출·분석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다. 회사는 신약 후보의 효과를 예측하는 단계에 활용하는 ‘PPI 패스파인더’에 이어 아예 초기 단계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 하는 ‘PPI 랜드스케이프’도 개발해 선보였다.

그래픽=정서희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프로티나의 SPID 플랫폼은 3명의 연구자가 매주 3000~5000개의 항체를 분석할 수 있게 하는 수준”이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항체를 발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해주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피어 기업(동종 경쟁 회사)인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Generate Biomedicines), 자이라 테라퓨틱스(Xaira Therapeutics) 대비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 AI 신약 개발 기업은 검증되지 않은 가상의 AI 알고리즘으로 구성돼 진입 장벽이 낮지만, 프로티나는 AI와 인간에 의해 설계된 후보물질의 참과 거짓을 최단 기간 내 구분하는 실제 데이터 생성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했다.

이런 긍정적 평가와 함께 시장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사가 지난달 공시한 국책 과제 선정이 다시 언급됐다. 프로티나,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서울대 연구팀으로 구성된 산학협력 연구단이 SPID를 통해 AI가 생성한 항체를 최단 기간 내 검증하는 과제다. 총사업비는 470억원 규모다. 과제의 목표가 ‘2년 3개월(27개월) 내 최소 1개 항체 바이오베터의 기술 이전 또는 임상 1상 진입’이다.

◇ 경쟁사 AI 개발 단백질 신약 최초 임상 3상 진입

증권사는 프로티나의 항체 발굴 속도와 기술이 경쟁사보다 압도적이라고 평했는데, AI로 발굴한 단백질 신약 후보 물질의 개발 속도는 경쟁사가 더 앞서있다.

미국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Generate Biomedicines)은 장기 지속형 천식 치료제로 개발 중인 GB-0895의 치료 유효성을 평가하는 글로벌 임상 시험 3상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지난 2일 밝혔다.

이 회사는 자체 AI 플랫폼 ‘크로마(Chroma)’를 통해 원하는 특성과 기능을 갖춘 단백질을 신속하게 설계해 의약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AI가 개발한 단백질 신약 후보 물질이 임상 3상에 진입하는 세계 첫 사례라고 했다. GB-0895는 천식에서 기도 염증을 유발하는 상피세포 유래 사이토카인인 TSLP를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은 전임상부터 임상 1~3상까지 약 10년이 걸리는데, 불과 4년 만에 임상 3상에 진입한 것이다. AI 기술로 처음부터 목표 질환에 맞는 이상적인 단백질을 설계해 전임상, 임상 연구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인 덕이다.

임상 1상부터 중등도 천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해 안전성과 약동학, 약력학 데이터를 한 번에 확보했고, 이 데이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패스트 트랙을 통해 임상 2상을 건너뛸 수 있었다.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도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프로티나는 이번 국책과제로 현재 AI로 단백질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단계에 있다. 프로티나의 자체 개발 항체 치료(바이오베터) 후보군(파이프라인)은 전임상 단계다.

그래픽=정서희

◇ 연구 과제 신약 개발 성과 관건

프로티나의 주가가 단기에 급등한 만큼 변동성 위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월 3일에 글로벌 운용사 JP모건자산운용(아시아태평양 지부)이 단순 투자 목적으로 프로티나 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고 공시해 증권 시장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으나 공시 이틀 뒤 5일부터 8일까지 장내에서 프로티나 주식을 24만6029주(2.27%) 매도해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다.

프로티나의 지난해 매출액은 23억100만원, 영업손실 91억2100만원, 순손실 57억3400만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오는 2027년 흑자 전환을 하는 게 목표다.

단기적으로 회사 가치 평가를 좌우할 요소는 산학협력단의 국책 과제 성과다. 글로벌 빅파마와의 공동 개발 성과와 자체 파이프라인 기술 수출(라이선싱 아웃) 같은 성과도 시장 투자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프로티나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 미국 내 실험실 인증(CLIA 랩) 확보, 해외 사업 확대 등을 주요 사업 전략으로 제시했다.

일각에선 사업 특성상 경제 여건 둔화로 정부나 산업계 연구 예산이 축소될 경우 사업에 여파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시각에 대해 회사 측은 “신약 개발 프로젝트는 수년 이상 걸리고 개별 연구과제, 임상 개발 단계에 따라 분석, 최적화 수요가 있어 PPI 분석과 항체 발굴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일반적인 소비 경기 변동에 비해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