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봇과의 대화가 선거를 앞둔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기존 정치 광고나 캠페인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 코넬대 정보과학과 데이비드 랜드 교수팀은 지난해와 올해 미국, 캐나다, 폴란드 유권자 6000명을 대상으로 AI 챗봇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와 올해 캐나다 총선, 폴란드 대통령 선거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것이다. 유권자인 실험 참가자들에게 먼저 선거 후보에 대한 지지도를 0~100점으로 평가하게 한 뒤, 각 참가자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설계된 챗봇과 대화한 이후 후보에 대한 지지도를 다시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던 유권자들은 ‘3.9점(100점 만점)’ 정도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 쪽으로 더 움직였다. 해리스 지지자들은 1.51점 정도 트럼프 쪽으로 움직였다. 연구진은 “이는 2016·2020 대선 기간 진행된 TV·온라인 광고보다 4배가량 설득 효과가 큰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와 폴란드에선 효과가 더 컸다. 두 나라의 유권자들은 챗봇과 대화 후 평균 10점가량 지지도가 달라지는 변화를 보였다. 연구팀은 AI 챗봇과 대화가 설득력이 큰 이유는 ‘정책 중심으로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라고 봤다. 챗봇이 사실에 기반한 주장을 펼칠 때 유권자들이 납득했다는 것이다.
랜드 교수는 “특히 대선이나 총선같이 큰 선거에선 사람들이 마음을 잘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정도 변화가 나온 것은 충격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