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는 경우가 전 세계 각국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달 26일 이 같은 현상을 보도하면서 “미국 보건 당국에 따르면, 미국 내 어린이의 11% 이상은 한 번쯤 ADHD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2003년 8% 수준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했다”고 했다. 갈수록 ADHD 진단이 늘어나는 이유가 뭘까. 네이처는 과학자 인터뷰 및 최근 연구를 토대로 그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예전보다 잘 알아서’, ADHD 진단도 늘었다
미국 오하이오 레인보우 유아동 병원의 소아신경과 전문의 맥스 위즈니처는 최근 ADHD 진단이 늘어난 이유를 두고 “실제로 ADHD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인식과 진단 기준이 달라져서”라고 했다.
예전보다 ADHD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그만큼 ‘혹시 ADHD일까’ 의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아동·청소년 정신의학 전문가 스벤 볼테는 “특히 20~30년 전엔 성인 여성이나 여자 아이에게 ADHD 진단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여자들은 남자보다 과잉 행동을 하는 경우가 적고, 이른바 ‘내향적 ADHD’가 많아 관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병에 대해 알아갈수록’ 진단 비율도 높아졌다는 얘기다.
한편 일각에선 최근 ADHD 진단이 과도하게 늘고 있다고 했다. 미국 UC 버클리의 심리학 교수인 스티븐 힌쇼는 “최근엔 15~20분 온라인 진료를 통해 ADHD라고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면서 “부실한 진단, 과진단이 늘어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실제 환자 비율, 치료율은 그대로
많은 전문가들은 ADHD 진단율은 늘어났으나, 실제 ADHD 환자 비율(유병률)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봤다.
가령 최근 한 대규모 글로벌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ADHD의 아동 유병률은 5.4%, 성인 유병률은 2.6% 정도였다. 10~2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비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미국 ADHD 환자·가족 단체 ‘CHADD’의 제러미 디디에 회장은 “최근 ADHD 진단을 받는 경우가 늘었다지만, 정작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ADHD 환자가 훨씬 많다”고 했다.
세계적인 ADHD 치료 전문가인 영국 사우스햄프턴대 사무엘레 코르테세 교수 역시 “ADHD 과잉 진단 문제보다 제때 진단받지 못하는 저(低)진단 현상이 더 심각하다”면서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 ADHD 진단을 제때 하지 못해 환자를 방치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ADHD 약물 치료가 필요한 아동 중 실제로 약을 써서 치료받는 경우는 18%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바이오마커 치료법도 기지개
네이처는 최근 과학자들이 ADHD를 보다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바이오마커’를 찾으려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ADHD 진단은 거의 면담이나 설문, 관찰에 의존해왔는데, 이럴 경우엔 의사마다 진단 기준 해석이 조금씩 다를 수 있고, 아이·부모가 설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진단하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혈액 검사나 뇌 영상 촬영, 뇌파 신호 추적 같은 객관적인 지표를 찾아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바이오마커를 통한 진단이 더 활발해지면, 앞으로 더 정확하게 ADHD를 진단하고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약물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