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의 당뇨·비만 치료제가 술이나 담배, 약물 중독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임상 데이터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이와 관련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비만 치료제가 중독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썼다.
◇비만 치료제가 담배·술·약물 끊는 데 도움 준다?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의 신경과학자 수 그릭슨은 지난 4월 한 남성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그는 “약물(오피오이드) 중독으로 고생해오던 중, 그릭슨이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일부 비만 치료제 성분이 쥐의 헤로인·펜타닐 중독을 줄였다’는 내용을 읽고 위고비를 맞았고, 이후 약물을 끊게 됐다”고 썼다고 한다.
비슷한 임상 결과는 계속 나오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심리학과 크리스티안 헨더숏 교수는 ‘주 1회 위고비 성분(세마글루티드)을 투여하면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네이처지는 “이미 전 세계에선 GLP-1 계열 약물이 중독 치료에 효과적인지를 확인하는 무작위 임상 시험이 10여 건 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 중 일부는 몇 달 안에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빅 파마도 뛰어든다
신경과학자들은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가 위에서 음식물 배출을 늦추고, 식후 인슐린 분비를 늘리며, 식욕 중추가 있는 시상하부와 보상회로(도파민 경로)에 영향을 줘 ‘더 먹고 싶은 욕구’를 둔하게 만드는데, 이것이 술(알코올)이나 약물, 니코틴, 코카인에 대한 욕구를 줄이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즉 GLP-1 계열 약물이 담배를 피우거나 약물을 할 때 느끼는 쾌감을 줄임으로써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최근엔 대형 제약사들도 GLP-1 계열 약물의 적응증 확대를 위해, 중독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지 연구를 시작했다. ‘위고비’를 만드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위고비 성분을 단독으로 혹은 다른 치료제와 병용해서 투여할 때, 알코올 관련 간 질환을 가진 환자가 알코올 섭취를 줄일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간 손상에 도움이 되는지도 같이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마운자로’를 만드는 미국 일라이 릴리도 알코올 사용 장애(중독)를 겪고 있는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비만 치료제가 알코올 의존증을 낮춰줄 수 있는지를 알아보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