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잠긴 지구 상공 너머 우주정거장에서 인간 2명과 로봇(QT-1)이 태양광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태양광을 전기로 변환하고 지구로 송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QT-1이 “나는 인간보다 에너지 본질을 더 잘 이해하는 우월한 존재”라고 주장하며 우주 발전과 송전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한다.

SF(공상과학소설)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1941년 작품 ‘리즌(Reason)‘이 그려낸 모습 일부다. 이런 상상을 현실화하려는 시도가 과학기술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스타캐처 인더스트리스가 레이저를 이용해 상업용 태양광 패널로 1.1kW 전력을 무선 전송하는 장면. 아래 왼쪽 사진은 DARPA의 무선 송전 개념도이고, 오른쪽은 스타캐처의 '우주 전력망' 가상 사진이다. /스타캐처 인더스트리스·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그래픽=양인성

◇1.1kW 무선 전송 신기록

미국 우주 스타트업 ‘스타캐처 인더스트리스’가 최근 플로리다주 미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레이저 기반 ‘무선 전력 전송(power beaming)’ 실험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전력 1.1킬로와트를 레이저 빔에 실어 상업용 태양광 패널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까지 공개된 무선 전력 전송 실험 가운데 가장 큰 출력으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 5월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800와트급 전력을 8.6㎞ 떨어진 곳으로 30초간 전송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당시 DARPA는 지상에서 발사한 레이저를 공중의 특수 거울로 반사해 특정 지점의 태양광 패널에 도달하도록 하는 방식을 썼다. 종전 최고기록(25초간 출력 230와트로 1.7㎞ 무선 송전)을 넘어선 것이다.

이번에 스타캐처는 최고 출력 기록을 세웠다고 주장하면서도 기술 보안을 이유로 전송 거리와 시간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반사경을 사용한 DARPA와 달리 레이저를 태양광 패널에 직접 조준해 상용화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종전 태양광 패널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강조했다.

이 회사는 지구 저궤도에서 위성들이 전력을 공유하는 ‘우주 전력망(space power grid)’을 추진하고 있다. 레이저로 무선 전송하는 방식으로 위성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스타캐처는 “2026년에 첫 우주 전력 전송 시범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DARPA의 무선 전력 전송은 지상 드론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항공기 공중 급유보다 훨씬 간단한 방식으로 드론에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해 장시간 운항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도심 항공 교통(UAM)의 필수 기술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각국이 뛰어든 ‘우주 태양광 전쟁’

아시모프가 84년 전 SF로 상상한 우주 전력의 지구 전송은 미국 과학자가 1968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으로 구체화했다. 이 논문은 3만6000㎞ 궤도에 태양광 발전 인공위성을 띄우는 구상을 담고 있다. 이를 구현하려는 주요 국가의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연구팀은 재작년 550㎞ 상공에 ‘우주 태양광 전력 시연기’를 띄워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주에서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지구로 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만 상업적 송전이라기보다는 감지 가능한 정도의 신호를 쏘는 데 성공한 ‘원리 검증’ 수준이었다.

일본은 거대 태양광 패널을 장착한 위성을 우주로 발사하고 무선 송전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날씨와 관계없이 주야간 내내 전력을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2035년까지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우주 태양광 발전 상용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칼텍이 우주에서 무선 송전 기술을 실증하기는 했지만, 지구로 전송된 전력이 미미해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수십 메가와트~기가와트급 전력을 지구로 일상적으로 보내려면 우주로 띄울 태양광 발전 시설과 지상의 전력 수신 인프라가 가성비와 기술 고도화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