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큐의 경제학’ 저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사람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를 ‘경제학 10대 원리’ 중 하나로 제시했다.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재화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해당 기업은 수익이 줄어드는 영역에서 빠져나가거나 규제를 피하는 방향으로 전략과 행동을 바꾸기 마련이다. 의약품을 개발·제조·판매하는 기업가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최윤정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기업과 시장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로서 관심 있게 지켜보며 기대하는 정책이 있다. 새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제약바이오·디지털헬스산업 혁신성장 및 5대 바이오헬스 강국 실현이다.

정부가 곧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다고 한다. 약가 인하는 직접적이고 적용하기 용이한 가격 규제이지만, 이는 ‘낮아진 가격에도 공급이 유지되거나 증가한다’는 가정을 필요로 한다.

이 가정이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을 경우, 규제는 공급 축소·품질 저하·산업 기반 약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일괄 약가 인하가 96개 제약 기업과 국민 소비자들, 건보 재정에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심층 분석해보니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인하 품목과 고가(高價) 약으로의 대체 등으로 단기적 재정 절감 효과는 빠르게 소진됐다. 반면 일괄 약가 인하 대상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매출이 약 34% 감소했다. 2019년까지 26~51% 수준으로 여파가 오랜 기간 지속됐다.

기업들은 악화된 매출과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급여 전문의약품의 생산 비중을 줄이고, 비급여 전문의약품이나 미인하 품목 생산은 늘렸다. 또 자체 생산보다는 제품 외 매출, 다국적 제약사의 수입 의약품 판매 등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건강 보험 재정은 일시적으로 절감될 수 있지만 소비자 부담은 오히려 13.8% 증가하는 역설이 일어났다.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은 지속적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글로벌 도약의 기틀을 다져왔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18조원의 기술 수출 실적에 세계 3위 수준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도 제약바이오산업을 국가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규정했는데, 약가 인하 추진은 이러한 기조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특히 주된 대상이 제너릭 의약품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제너릭은 국내 제약기업의 연구개발·설비투자에 재원을 제공해 온 핵심 ‘캐시카우’다. 정부가 급작스러운 가격 인하 방안을 일방적으로 내놓는다면, 기업의 단기 경영뿐 아니라 중장기 투자 계획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수익 둔화는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를 축소시키고, 산업의 혁신 역량 약화와 의약품 공급 체계의 불안정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의약품 공급망과 보건안보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업계와 충분히 소통하고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건강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