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한복판이 요동친다. 그 불덩이 위를 검은 점 하나가 스쳐 지나간다. 미아가 된 우주비행사가 끝내 귀환하지 못하고 태양으로 추락하는 순간일까. 아니면 밀랍 날개를 달고 태양 가까이 날아오르다 떨어졌다는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일까.
AI(인공지능)가 만든 초현실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실제 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태양 전문 사진가 앤드루 매카시의 작품 ‘이카로스의 추락(The Fall of Icarus)’이다.
태양을 향해 떨어지는 듯한 사람 그림자 같은 윤곽도, 이글거리는 태양 표면의 질감도 모두 매카시의 렌즈가 포착한 현실이다. 발단은 스카이다이버의 농담 같은 제안이었다. 스페이스X 로켓이 태양 앞을 가로지르는 듯한 매카시의 사진을 본 스카이다이버가 “다음 작품에선 로켓 자리에 내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엉뚱한 발상 같았지만,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실제로 해보기로 했다.
태양, 초경량 비행기, 스카이다이버, 지상 카메라가 동시에 일직선으로 정렬하는 단 한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임무에 도전한 것이다. 파일럿의 정밀 조종, 스카이다이버의 자유 낙하, 고해상도 태양 사진 촬영이 동시에 이뤄지는 상황에 작은 오차 하나만 생겨도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촬영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했다. 초경량기를 탄 스카이다이버는 고도 1070m 상공에, 여기서 2440m 떨어진 사막 바닥에선 매카시가 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들었다. 태양·초경량기·카메라의 정확한 정렬을 위해 비행 경로를 여섯 번이나 수정한 끝에 스카이다이버가 몸을 던졌다. 점플 단 한 번으로 임무를 끝내야 하는, 신화 속 이카로스를 현실로 만드는 순간이었다. 매카시는 “이번 작품은 생애 톱5 안에 든다”고 했다.
작품 속 인간은 태양에 비하면 지극히 작은 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점은 태양의 압도적 크기에도 자신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그 거대한 태양을 배경 삼아 스스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기록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임을 입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