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는 처음으로 밤에 이뤄진다. 주 탑재 위성 차세대 중형 위성 3호가 오로라와 대기광을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하려면 600㎞ 상공까지 진입해야 한다. 목표 궤도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장이 일치하는 순간이 0시 55분 무렵이다. 사진은 4차 발사를 앞둔 누리호가 26일 오후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한 모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순수 우리 독자 기술로 개발한 우주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는 처음으로 민간 주도로 이뤄졌다.

지난 3차 땐 누리호 제작·조립을 정부(한국항공우주연구원)가 주도하고, 한화는 이를 보조하는 입장이었다. 이번엔 한화가 기술을 이전받아 발사체 제작부터 조립까지 거의 모든 업무를 맡았다. 발사 자체는 항우연이 맡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지니어들도 준비와 발사 과정에 참여하며 기술과 노하우를 배우게 된다.

이번 누리호의 네 번째 임무는 주 탑재 위성과 큐브(초소형) 위성 13기를 600㎞ 고도에 안전하게 올려놓는 것이다. 민간이 우주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우주 배송’ 시대를 여는 것이다. 우리도 ‘올드 스페이스(국가·정부기관 주도)’를 벗어나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 시대로 진입, 우리 기업이 만든 로켓으로 전 세계 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갖추게 됐다는 뜻이다. 이상철 항우연 원장은 “누리호 4차 발사는 민간이 우주 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우주 주권을 확보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민간 우주 시대 열리나

한국의 발사체 개발 역사는 길지 않다. 한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가 세 차례 시도 끝에 처음으로 목표 궤도에 오른 것이 2013년 1월이다. 당시 나로호는 1단부 로켓과 엔진을 러시아에서 도입해 사용했다. 나로호를 쏘아 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독자 기술로 만든 발사체를 완성하기 위해 약 2조원을 투자, 누리호를 완성했다. ‘세상 혹은 우주’를 뜻하는 순우리말 ‘누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2021년 1차 발사에선 1.5t급 모형 위성을 실은 채 날아올랐으나 위성 궤도 안착엔 실패했다. 2022년 두 번째 누리호는 1.3t급 성능 검증 위성과 큐브(소형) 위성 4기를 목표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다만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위성이 아닌 검증용이었다. 2023년 5월 25일은 세 번째 누리호가 처음으로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민간 큐브 위성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시킨 날이다. 국가와 민간이 함께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우리 땅에서 우리 기술로 만든 로켓으로 우리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우주 강국’의 목표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리고 2년 반 만인 2025년 11월이 누리호의 네 번째 우주행이다.

◇13기로 늘어난 위성... ‘우주 배송’ 시대의 시작

누리호 4호기의 주된 임무는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큐브 위성 12기를 태양 동기 궤도인 고도 600㎞에 안전하게 올려놓는 것이다. 위성만 13기가 실리는 것으로 최대 규모다.

위성들은 우주에서 각종 관측과 실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먼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 중형위성 3호’는 무게만 516㎏이다. 덩치 큰 암소 한 마리 정도 무게다. 오로라와 대기광을 관측하고 우주 자기장을 측정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오로라를 관측하는 것은 지구 바깥 우주 날씨가 얼마나 험악한지를 감시하는 것과 같다. 이를 통해 GPS 오차를 바로잡을 수 있고, 내비게이션, 항공기 운항, 자율 주행차의 위치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여기엔 세 가지 장비가 실린다. 우주 자기장과 플라스마를 측정해 우주 날씨를 예측하는 ‘아이엠맵’, 오로라와 대기광을 촬영할 카메라 ‘로키츠’, 우주에서 3D 프린터로 줄기세포를 키우고 생체 조직을 만드는 것을 시험하게 될 ‘바이오캐비닛’이다.

큐브 위성 12기도 실린다. 국내 기업 우주로테크가 만든 ‘코스믹’은 임무를 마치면 스스로 궤도를 떠나 위성을 폐기하면서 ‘우주 쓰레기 폐기 기술’을 시험한다. 스페이스린텍이 만든 ‘비천(BEE-1000)’은 우주에서 항암제를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결정(crystal) 형태로 키우는 것을 실험한다. 우주에서 신약 개발을 수행하는 첫 단계다. 서울대 학생들이 만든 쌍둥이 큐브 위성은 궤도에서 분리됐다 합쳐지는 것을 반복하면서 지구 대기를 3D로 관측한다. KAIST의 ‘케이-히어로’는 작은 전기 추진기를 달아 스스로 움직이는 큐브 위성이다. 여러 위성이 함께 움직일 때 필요한 기동력을 시험한다.

위성 수가 늘어난 만큼 사출(바깥으로 밀어 내보내는 것) 과정에도 신경 써야 한다. 지난 3차 발사 때는 도요샛 3호기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는데도, 내장 카메라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 4호기에선 이를 막기 위해 내부에 카메라를 2개 더 달았다. 위성이 우주로 나가는 순간을 더 정확히 촬영하기 위해서다. 사출관 뚜껑을 여는 구동 모터도 한 개에서 두 개로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