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환자들이 집에서 스스로 정확하게 병을 진단하는 데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병원에 쉽게 가기 어려운 산간 지역에 사는 환자들, 병원에 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인다.

고려대 의대 김응주 교수팀은 최근 환자의 기침·호흡 소리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폐에 혈액이나 체액이 쌓이는 울혈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AI 플랫폼을 개발했다. 폐울혈은 보통 심부전 환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울혈이 있는지 빨리 알수록 호흡 곤란이나 심장 수축을 막을 수 있다. 울혈이 위험할 정도로 심해지면 스마트폰 앱에 ‘위험’이 뜨고, 병원에도 실시간으로 환자 상황을 알려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허준녕 연세대 의대 신경과 조교수가 개발한 카로티드AI는 환자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뇌졸중 위험을 자가진단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혈관이 막혀 뇌경색이 오면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지만, 보통 환자 스스로 이를 알기 어렵다. 이때 앱을 켜고 경동맥이 지나가는 목에 가까이 대고 숨소리를 녹음하면, 혈관이 좁아질 때 생기는 이상 잡음을 AI가 빠르게 찾아낸다.

서울아산병원은 외국에서 치료가 힘든 중증 환자가 멀리서도 병원 상담을 받을 수 있는 AI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에 있는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에 검사 자료를 올리고 상담을 신청하면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병원 측은 “만약 암이나 장기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외국에 있을 때 원격 진료를 선제적으로 받으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빠르게 수술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지난 5년 동안 57국 환자 866명이 이 플랫폼을 이용해 원격 진료를 받았다.

의료진이 부족한 저소득 국가에선 AI가 의사 보조 수준을 넘어 전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의사가 없는 아프리카나 인도, 동남아 시골 마을에는 결핵, 당뇨, 실명 환자가 많다. 이곳에서도 보건소 직원이 휴대용 X-레이, 초음파 기기로 사진을 찍으면 AI가 곧바로 결핵·실명 의심 환자를 가려내고, 태아의 이상 유무를 분석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