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행사장 앞에 위고비 모형이 전시됐다. /뉴스1

비만 치료제 시장을 오랫동안 장악해 온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자사 제품인 ‘위고비’와 ‘오젬픽’ 가격을 대폭 낮췄다고 17일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내년 초부터 약가를 낮춰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던 것보다 몇 개월 먼저 조치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선 노보 노디스크가 제품 가격을 선제적으로 내린 것은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데다 최근 시장 점유율이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세대 교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매출이 이미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를 앞서기 시작한 상황이다. 노보 노 디스크는 이에 기존의 주사형 제품은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대신 먹는 비만약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가격 낮춘 위고비

로이터 통신, CNBC 등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이날 위고비와 오젬픽의 미국 소비자 판매가를 월 499달러(약 73만원)에서 349달러(약 51만원)로 낮췄다고 밝혔다. 또한 신규 구매자는 가장 낮은 용량 기준의 제품을 첫 두 달 동안 월 199달러로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모션도 내년 3월 31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비만 치료제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점유율 1위를 자랑했던 ‘위고비’와 ‘오젬픽’은 이후 공급난을 겪으면서 이후 릴리 제품의 추격을 허용했고, 복제약 시장까지 키웠다. 최근엔 일부 주요 국가 시장에서 릴리에게 선두를 내주기에 이르렀다.

업계에서 이번 노보 노디스크의 약값 인하를 두고 기존의 주사제 제품은 더 저렴하게 공급하고, ‘먹는 약’ 개발 및 공급에 속도를 냄으로써 잃어버린 입지를 되찾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노보 노디스크 마이크 도우스트다르 CEO도 최근 주주협회 행사에서 “이번엔 알약 물량을 충분히 확보했다”면서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위고비의 고용량 경구형 버전에 대한 승인을 올해 안에 결정할 예정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핵심 사업 재편을 위한 구조조정도 계속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동안 이미 비핵심 자산 여럿을 매각했다. 전체 직원의 11%에 해당하는 9000개 일자리 감축도 계속 진행 중이다.

◇마운자로 재편되는 시장

한편 일라이릴리의 비만 치료제 매출은 상승하는 추세다. 일라이릴리의 비만 치료제 매출은 지난 2분기 86억달러(약 12조5000억원)로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인 미국 MSD의 ‘키트루다(80억달러)’를 근소하게 앞섰고, 지난 3분기에도 101억달러로 키트루다(81억달러)보다 20억달러어치 더 팔렸다.

국내 시장에서도 마운자로는 위고비를 추월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신규 환자는 위고비보다 3배가량 많았다. 처방 건수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위고비는 최저 용량과 그 아래 저용량 제품 처방 건수를 합쳐 약 2만6000건이었다면, 마운자로의 최저 용량 처방 건수가 3만2050건 정도였다.

◇화이자 “2028년 비만 시장 진출”

최근 비만 치료제 스타트업 멧세라 인수에 성공한 화이자도 ’2028년 비만약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화이자 불라 CEO는 최근 파이낸스 인베스트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현장 영업 인력을 보유해왔다”면서 “멧세라 인수를 계기로 우리는 이제 비만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