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1월 타이베이 장제스 기념관(Chiang Kai-shek Memorial Hall)에서 열린 언론 공개 행사에서 촬영된 매머드 '유카'의 사진. 보호복을 입은 이들이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냉동 매머드 ‘유카(Yuka)’를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4만년 전에 죽고 지금은 털만 남은 어린 매머드의 몸에서 RNA가 발견됐다. RNA는 보통 죽으면 바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오래된 RNA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연구팀이 발견했다. 관련 연구 내용은 국제 학술지 ‘셀’에 15일 실렸다.

◇4만년 살아남은 RNA 발견

RNA는 DNA의 정보를 가져와 단백질을 만들라고 지시하는 ‘전달 메신저’의 일종이다. 매머드 몸속에서 발견된 RNA는 매머드가 죽기 직전에 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 말 그대로 ‘매머드의 마지막 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인 셈이다.

연구팀은 어린 매머드 ‘유카(Yuka)’의 다리 근육 조직에서 RNA를 뽑아냈다. 유카는 2010년 시베리아에서 얼어붙은 상태로 발견됐었다. 4만년 전 사자의 공격을 받고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RNA는 1만4000년 전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늑대에서 추출한 것이었다. 유카의 RNA는 그보다 세 배가량이나 오래된 것이다.


◇“죽기 직전 큰 스트레스 받았을 것”

오래된 생물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것이 DNA다. DNA는 생명체의 모든 유전 정보가 들어 있는 장기 기억 장치로, 유전자 설계도에 가깝다. ‘이 동물은 근육을 어떻게 만들고, 털은 어떻게 자라고, 어떤 효소가 필요한지’를 DNA를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그 생물이 죽기 직전에 어떤 유전자가 작동하고 있었는지’는 DNA 분석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마치 설계도만 봐선 지금 어떤 공사가 진행 중인지 알 수 없는 것과도 비슷하다.

이때 보면 좋은 것이 RNA이다. 어떤 생물이 죽고 난 뒤 몸에 RNA가 남아 있다면, 죽기 직전에 어떤 유전자가 작동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유카의 RNA를 분석했더니, 유카 몸속 RNA 분자들은 스트레스 상태에서 근육 수축과 대사 조절에 핵심 기능을 하는 단백질이 활성화되던 상태였다. 연구팀은 “유카가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으며 숨졌다는 뜻”이라면서 “이것으로 미뤄봤을 때 유카는 죽기 직전 사자에게 공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기존 연구자들의 추측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 RNA 분석으로 매머드의 죽음 직전 상황까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RNA로 ‘고대 바이러스 연구’도 가능해지나

보통 RNA는 생물이 죽고 나면 금세 사라지는 분자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렇게 수만 년 전에 죽은 동물에게서 RNA가 나온 것은 상당히 놀라운 사건이라는 평가다.

연구팀은 “이렇게 오래된 RNA를 추출할 수 있다면, 4만 년 전 동물에 감염됐던 각종 고대 바이러스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즉, 과거에 어떤 감염병이 돌았는지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이를 통해 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