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우리는 달엔 물도 거의 없고 공기도 없다고 여겨왔다. 따라서 달에서 금속이 산화하면서 녹슬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중국 과학자들이 이런 우리 상식을 뒤집는 발견을 했다고 1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6호’가 작년에 달 표면에서 가져온 토양 샘플에서 ‘녹’과 비슷한 철 산화물(iron rust)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중국과학원(CAS)과 산둥대학교, 지구화학연구소, 운남대학교가 함께 발표한 내용이다. 연구 결과는 지난 1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도 실렸다.
◇달에서 발견된 ‘녹슨 철’
연구팀은 달 탐사선 ‘창어 6호’가 작년에 수집해온 달 토양 샘플을 정밀 분석하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탐사선이 채취해 온 달의 흙엔 ‘헤마타이트(적철석)’와 ‘마그헤마이트’라는 철 산화물이 아주 미세하게 들어있었다고 한다. 지구에서 헤마타이트는 녹슨 철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성분이다.
오랫동안 우리는 달에는 산소가 거의 없고 건조해 철이 산화되기 어렵다고 여겨왔다. 이 때문에 1969년 아폴로 11호와 12호가 달 토양을 지구로 가져왔을 때도, 미세한 산화철이 있을 가능성이 보고됐지만, 당시 다수의 연구자는 이 산화철이 달에서 생겼다기보다는 지구에서 산화됐거나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번에 ‘창어 6호’가 발견한 ‘녹슨 철’은 이 같은 기존 상식을 뒤집는 것이다. 달에서도 철이 녹슬 수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한 사례라는 평가다.
◇“운석 충돌 때 달에서 산소가 나왔다”
그렇다면 물도 산소도 없는 달에서 어떻게 철이 녹슬 수 있었을까?
연구진은 운석 충돌에서 답을 찾았다. 커다란 운석이 달 표면에 떨어질 때 엄청난 열과 압력이 생기고, 이 충격으로 달 속의 황 성분이 많은 광물에서 산소가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데, 이 산소가 주변 철에 달라붙으면서 철이 녹슨 형태인 산화철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발견된 산화철은 달 표면이 운석과 충돌할 때 부서지고 눌리면서 만들어진 ‘브레시아(충돌암)’ 속에서만 나왔다고 한다. 오염되지 않은 고대 화산암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운석 충돌이 산화철을 만들어냈다는 가정을 뒷받침한다.
창어 6호의 착륙 지점도 힌트가 될 수 있다. 창어 6호는 달의 뒷부분 남극 근처인 ‘남극-에이튼(SPA) 분지’에 착륙했다. 달 표면에 존재하는 충돌 분지로, 태양계에서도 가장 크고 오래된 충돌 분지로 꼽힌다. 운석과 충돌한 지역에서 달 토양을 채취해왔고, 이곳에서 산화철이 나왔다는 얘기다.
◇달에 대한 상식 깨진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통해 ‘달엔 산소가 없다’는 명제가 ‘달에서도 산소가 생기는 순간이 있다’로 바뀌게 됐다”고 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또한 앞으로 달에서 녹슨 철의 흔적만 좇아도 언제, 어디에 달의 충돌이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달의 이력을 거꾸로 추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달 자원 연구에 있어서도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면서 “철·산소 등 미래 자원 활용 연구에 중요한 정보를 확보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