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잠시 쥐는 것만으로 몸속 비타민C 수치를 알려주는 ‘스마트 컵’이 개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SD) 연구팀은 손끝의 땀에 포함된 비타민C 농도를 통해 혈중 수치를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컵을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바이오 센서와 바이오 일렉트로닉스’에 최근 밝혔다.
이 컵은 땀 속 대사 물질을 전기로 바꾸는 ‘바이오 연료전지’와 비타민C 감지 센서로 구성된다. 손가락 끝에서 나오는 미량의 땀으로 혈중 비타민C 농도를 추정하는 컵을 만든 것이다. 우선 연구팀은 컵 표면에 부착할 수 있는 얇고 유연한 패치를 개발했다. 이 패치에는 젖산을 산화시켜 전기를 만들어내는 효소 기반 연료전지와, 비타민C(아스코르빈산) 농도를 전기신호로 바꾸는 센서가 들어 있다. 사람이 컵을 쥐면 손끝의 땀이 폴리비닐알코올(PVA) 하이드로겔 층을 통해 센서로 전달되고, 이 과정에서 생성된 전기는 곧바로 센서와 무선 송신 회로를 구동시킨다. 배터리 없이도 땀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셈이다. 연료전지는 약 0.6~0.7V의 전압을 만들어내는데 내부 회로가 이를 3.3V로 승압시켜 블루투스 통신 모듈을 구동한다. 측정된 데이터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무선 전송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컵을 들고 있을 때마다 자신의 비타민C 수치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1000㎎ 비타민C 보충제나 300mL의 오렌지 주스를 마시게 한 뒤, 일정 시간 간격으로 컵을 쥐게 했다.
실험 결과, 손끝 땀에서 검출되는 비타민C 농도가 시간에 따라 증가하는 패턴이 뚜렷이 나타났다. 이는 체내 흡수·대사 과정을 비침습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연료전지는 약 2시간 30분에서 4시간 30분 동안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했고, 센서는 20분 간격으로 무선 데이터를 전송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의 핵심은 저비용·비침습·무전원 방식의 일상형 건강 모니터링 플랫폼”이라고 했다. 컵을 들고 물을 마시는 평범한 행동만으로 영양 상태를 측정할 수 있고, 고가의 실험 장비나 채혈 과정이 전혀 필요 없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개인의 영양 섭취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라며 “향후 비타민C뿐 아니라 여러 미량 영양소를 동시에 측정하는 컵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마시는 행위 자체가 건강 데이터 입력으로 자동화되는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