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앞으로 인공지능(AI)과 3D 바이오프린팅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과학 연구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지는 동물 실험 장면을 묘사한 것. /셔터스톡

영국 정부가 앞으로 인공지능(AI)과 3D 바이오프린팅을 활용해 과학 연구에서 동물 실험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11일(현지 시각)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영국 패트릭 밸런스 과학부 장관은 “AI 분석과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의·과학 분야에서 기존의 동물 실험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까지는 백신 개발 같은 분야에서 동물 실험이 필요 조건이었지만, 대체 기술을 활용하면 이를 단계적으로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대체하나

영국 정부는 일단 2026년 말까지 동물의 피부·눈을 사용하는 임상 시험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2027년까지는 근육을 일시적으로 수축·마비시키는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효능을 확인하는 동물 시험도 종료한다. 약물이 몸에서 얼마나 빠르게 흡수되는지를 확인하는 각종 동물 임상 시험도 2030년까지 중단한다.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을 중단하는 대신 오가노이드(인공 미니 장기), AI 분석, 인체 조직을 그대로 모사해 만들어 내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동물 실험 없이도 과학 발전 이루겠다”

밸런스 장관은 “영국은 동물을 사랑하는 나라다.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동물 실험을 끝내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체 기술을 신속히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20여 년 전부터 동물 실험 축소 및 폐지를 검토해 왔다. 가령 화장품 및 그 원료에 대한 동물 실험은 1998년 폐지했으나, 이후 EU에서 탈퇴하고 관련 규정이 바뀌면서 일부 화학물질 테스트에 한해 동물 실험은 다시 허용된 상태다.

신약 개발에 대한 동물 실험 폐지 검토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20년대부터다. 2010년 초까지만 해도 영국에서 진행됐던 동물 실험은 연간 200만건이 넘었으나, 이후 학계에선 ‘윤리적 과학 연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동물 실험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이번 발표는 이 같은 목소리를 반영하는 동시에, 대체 기술이 그만큼 발전했고 이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영국 정부도 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학계도 환영하는 입장을 표시했다. 이날 영국 왕립동물학회는 “이번 정부의 발표는 동물 실험을 없애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보여준다”면서 “비(非)동물 기반 연구를 확산시키는 인프라와 협력 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