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R&D 성공률은 90%가 넘어 문제라고 발언한 것에 과학계 일각에서 출처 없는 불완전 정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지난 7일 이 대통령과 정부 관계 부처는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 보고회’를 열고 인재 유치 및 연구·개발(R&D) 생태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R&D 성공률이 90%가 넘는대요. 가장 황당한 일이죠”라고 말했다. 성공이 보장되는 무난한 연구는 지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과학계에서는 “R&D 성공률이 90%라는 공식 통계 자체가 없는데, 대통령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가 대통령에게 팩트를 전하고 설명하지 않아 공식 석상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2021년 대선 후보 당시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는 R&D 과제의 성공률이 90%라고 한다. 성공할 과제들만 지원했던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
실제로 정부의 전체 국가 R&D 성공률 집계는 없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부처에서 집계한 과제 성공률은 있다”고 했다. 예컨대 재작년 중소벤처기업부는 고위험·고성과 R&D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기부 R&D는 성공률이 95%를 상회한다”고 밝혔다. 성공과 실패로 평가하는 R&D 과제는 일부 부처의 특정 과제에 불과해 전체 비율로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국가 R&D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중기부 등 집계가 전체 비율인 것처럼 와전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 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염한웅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은 본지 통화에서 “정부가 집계한 R&D 성공률 통계 자체가 없는데 대통령 공식 발언으로 나왔다”며 “대통령이 연구자들은 쉬운 연구만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이런 공식 통계는 없다고 대통령에게 설명하는 참모와 자문 그룹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R&D 과제 평가에서 ‘보통 이상’을 받은 비율을 따지면 90%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구 현장에서도 대략 그 정도 비율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 이공계 대학 교수는 “오랜 기간 사실처럼 인용돼온 R&D 성공률 90%가 실체 없는 집계였다는 것이 놀랍다”며 “기본적인 사실 관계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이에 기반한 과학기술 정책을 세운다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