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약 1조2000억원을 투입해 해외 우수·신진 연구자 2000명을 유치하는 한편, 국내 과학기술 석학을 지원하는 ‘국가 과학자’ 제도를 신설한다. 국내 과학기술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인재 유출’ 현상이 심화되자, 범부처 차원에서 인재 부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산업통상부 등 관계 부처는 7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 보고회’를 열고 인재 유치 및 연구·개발(R&D) 생태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업적을 보유한 연구자를 매년 20여 명씩 5년간 총 100여 명을 ‘국가 과학자’로 선정한다. 국가 과학자에겐 ‘대통령 인증서’를 수여하고 연간 1억원의 연구 활동 지원금을 제공한다. 이들은 R&D를 비롯해 국가 과학기술 정책 설계에도 참여한다. 중국에서 최고 과학기술 연구자에게 ‘원사(院士)’ 칭호를 주는 것과 유사한 제도다. 앞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본지 인터뷰<본지 10월 21일 자 B2면>에서 국내 석학들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판 원사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국가과학자 제도, 20년 전 ‘국가석학’과 판박이

정부는 매년 R&D 투자도 정부 총지출 대비 5%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또 결과가 보장되는 무난한 연구보다는 혁신성 중심으로 R&D 과제를 선정하고, 성과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는 R&D 성공률이 90%를 넘는다니 얼마나 황당한 얘기인가”라며 “실패를 용인해야 제대로 된 연구·개발이 가능하고, 그래야 나라가 흥한다”고 했다.

이날 정부는 과학기술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혁신을 이끌어 갈 ‘양손잡이 인재’를 지역에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 과학 영재 학교를 신설·확대하고, 과학기술원과의 연계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의대 쏠림 현상을 줄인다는 취지다.

이공계 대학원생 장학금 수혜율도 높이기로 했다. 이공계 대학원생 장학금 수혜율을 2025년 1.3% 정도였던 것을 2030년 10%까지 확대한다.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의 신진 연구자 채용 규모도 연간 600명 늘릴 계획이다.

이날 정부 발표를 두고 지난 범부처 대책으로는 혁신적 방안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대책이 예전에 있었던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열거하며 재탕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가 과학자 제도는 2005~2008년 운영됐던 ‘국가 석학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아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 석학은 노벨상급 인재 육성을 목표로 스타 연구자들에게 매년 2억원(이론 분야 1억원)씩 최대 20억원까지 지원했던 제도다.

해외 인재 유치에 5년 동안 1조2000억원을 쓰겠다고 하면서, 영입 인원 2000명의 70%는 해외로 나간 국내 인재를 유치한다는 방침도 논란이다. 세계 주요국이 연구비 삭감 여파로 미국을 떠나는 인재들을 잡으려고 경쟁하는 가운데, 이번 우리 정부 방안은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