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5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 국회 박물관에서 ‘국가 미래전략 기술의 핵심, 양자’를 주제로 양자 국가 전략기술 국회포럼을 개최했다./KRISS

양자 기술이 차세대 국가 경쟁력으로 잡은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정부와 학계, 산업계 전문가들은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지속 가능한 투자·인재 양성·민관 협력 체계의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

5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 국회 박물관에서 ‘국가 미래 전략 기술의 핵심, 양자’를 주제로 양자 국가 전략 기술 국회 포럼을 개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김현·최형두·황정아 의원이 공동 개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후원한 이번 포럼에는 양자 분야의 글로벌 산·학·연·관 전문가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종합 토론에서는 ‘한국 양자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연구·개발(R&D) 전략, 정책 방향, 국제 협력 체계 등 핵심 의제와 함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산·학·연·관 협력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백한희 미국 IBM 양자 알고리즘 센터 총괄 전무는 “한국이 양자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하드웨어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양자 알고리즘과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개발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며 “이 두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도 연구가 막 시작된 초기 단계인 만큼, 한국도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자기술은 앞으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자컴퓨터와 양자통신, 양자센서는 3대 양자기술로 불린다. 양자컴퓨터가 실현되면 슈퍼컴퓨터가 1만년 걸려 풀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해킹이 불가능한 정보 전달을 이룰 수 있으며,양자센서는 기존 센서가 측정하지 못하는 미세신호도 포착한다.

이날 포럼에서 양자기술 개발뿐 아니라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김태현 서울대 양자연구단장 겸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2019년 이후 양자 컴퓨팅 기술 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2035년까지 약 3조원 투자 계획을 내놨지만, 민간 투자 비율은 여전히 낮다”며 “미국은 공공과 민간 자금이 선순환하며 생태계를 키우고, 중국은 대규모 투자에 집중하는 만큼 한국도 속도와 규모를 모두 고려한 지속적 로드맵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주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양자혁신기술개발과장은 “한국이 양자 분야에 민간 투자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양자와 같은 기술 혁신형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성공 경험도 거의 없다. 앞으로는 양자 분야에서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양자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 사업이 2019년 이후 지속되고 있지만, 인력풀 자체가 여전히 작다”며 “해외 인재 유치와 대학원 교육 강화가 중요하다. 투자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인력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갖춰진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실험 장비 유지와 운영 인력의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기술연구단장은 “오랜 기간 한 분야를 연구해 온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인력이 양자 분야의 핵심 인력이 될 수 있다”며 “인센티브 제도나 인사 제도 등을 정비해 학계·산업계와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전문 인력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