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티나가 정부의 대형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총 470억원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프로티나는 서울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2년여간 10개의 항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할 계획이다./일러스트= 챗GPT 달리

대학과 기업 3곳이 삼총사를 이뤄 인공지능(AI)으로 항체 신약을 개발하는 470억원 규모의 대형 정부 과제를 진행한다. 2년간 항체 신약 후보물질 10개를 개발한다는 대담한 목표를 세웠다.

국내 바이오 기업 프로티나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AI 모델을 활용한 항체 바이오의약품 개발·실증’ 국책과제의 주관 연구개발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 이번 과제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도 참여한다. 백 교수는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와 단백질 구조 예측 AI인 ‘로제타폴드(RoseTTAFold)’를 개발했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기존 의약품보다 효능을 높인 ‘바이오베터(Biobetter)’ 개발이다. 쉽게 말해, 기존 약에 새로운 기술을 더해 투약 가능한 환자군을 넓히거나 부작용을 줄이는 개량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세 기관은 27개월 동안 항체 신약 후보무물질 10개를 발굴하고, 이 중 3개는 비임상시험, 1개는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신청까지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당초 업계는 이번 프로젝트의 주관기관으로 AI 신약개발 기업이 선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AI 플랫폼 대신 ‘단백질 상호작용’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을 가진 프로티나가 최종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단백질이 서로 어떻게 붙고 작용하는지 정밀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윤태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2016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직 당시 프로티나를 창업했다. 핵심 기술은 ‘스피드(SPID)’ 플랫폼이다. 단백질이 서로 붙고 신호를 주고받는 순간을 카메라로 찍듯 정밀하게 관찰하고, 이를 수치화해 분석하는 기술이다. 기존 방식보다 최대 100배 높은 민감도로 단백질 결합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스피드는 단순 분석 장비를 넘어 신약 개발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으로 평가된다. 후보물질 발굴에서 작용 원리 분석, 표적 단백질 결합 확인, 항체 구조 설계, 바이오마커(생체지표자) 발굴, 동반진단 기기 개발까지 폭넓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프로티나는 백민경 교수 연구팀과 AI 항체 설계 플랫폼 ‘AbGPT-3D’도 개발했다. AbGPT-3D는 병원체나 병에 걸린 세포 표면의 항원 단백질이 확인되면 그와 결합하는 항체 구조를 설계하고, 그 구조에 최적화된 서열을 생성하며, 개발 가능성을 평가하는 3단계 AI 기능을 갖춘 플랫폼이다. 이 기술로 기존 수개월씩 걸리던 검증 과정을 2주 이내로 단축하고, 매주 5000개 이상의 항체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서열을 분석할 수 있다고 프로티나는 밝혔다.

이번 국책과제 심사에 참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스피드는 신약 후보물질의 실제 작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서울대의 AI 설계 역량과 결합해 항체 신약의 효능을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태영 프로티나 대표(왼쪽), 백민경 서울대 교수

이번 과제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후보물질을 임상시험용 항체 의약품으로 완성하고, 임상시험 준비 전 과정을 총괄하는 임무다. 자동화 장비로 항체 의약품 생산용 세포주를 구축하고, 배양·정제 공정을 최적화하며, 비임상시험과 임상시험계획(IND) 신청까지 담당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항체 의약품을 개발한 경험을 십분 활용하자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과제로 개발에 성공한 항체 후보물질의 임상시험과 사업화를 주도하고 프로티나는 이에 따른 기술료를 지급받는다.

김윤철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는 “이번 국책과제 선정은 바이오시밀러 개발로 쌓은 공정 최적화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AI 설계·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혁신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윤태영 프로티나 대표는 “공동 연구 체계를 기반으로 기존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도전적인 목표를 27개월 안에 달성하겠다”며 “이번 프로젝트로 AI 설계 기술을 항체 의약품 개발 전 과정에 본격 도입하고, 글로벌 AI 기반 항체 신약개발의 실증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