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00보만 걸어도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는 속도가 약 3년 늦춰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의학 분야 대표 자매지 ‘네이처 메디신’에 3일(현지 시각) 발표됐다. 300명에 가까운 중년·노년을 최장 14년에 걸쳐 추적·관찰해 분석한 논문으로, 5000~7500보씩 걸을 경우엔 7년까지 늦출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 매스 제너럴 브리검(MGB) 등 공동 연구팀은 인지 기능이 정상인 50~90세 296명을 길게는 14년에 걸쳐 관찰, 분석했다. 연구에 참가한 이들은 연구 시작 당시엔 모두 인지 기능에 문제가 없었지만, 약 30%는 알츠하이머병 관련 단백질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Aβ)’가 뇌에 이미 축적된 상태였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본래 신경세포 기능 조절에 관여하는 단백질이지만,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축적돼 덩어리(플라크)를 이루면 신경세포 손상을 유발해 인지 기능을 떨어뜨린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인지 기능이 정상이더라도 50세의 약 10%, 90세의 약 40%에서 아밀로이드 축적이 확인된다.
이번 연구 참가자들은 정기적으로 인지 검사와 뇌 스캔을 받았고, 만보기를 착용하고 하루 평균 걸음 수를 측정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인 인지 정상 성인의 경우, 하루 3000~5000보만 걸어도 인지 저하가 시작되는 시점이 약 3년 늦게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5000~7500보에서는 약 7년 지연되는 효과가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런 식으로 매일 걷기 운동을 하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또 다른 단백질인 타우 축적이 둔화된다는 경향을 확인했다. 특히 아밀로이드 베타가 이미 많이 쌓여 있는 사람들에서 이 효과가 두드러졌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되면 타우 단백질도 함께 증가해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걷기 활동이 타우 축적을 늦춰 인지 저하가 더디게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5000~7500보씩 걸었을 때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추는 정점을 보였다고 밝혔다. 7500보 넘게 걸었을 땐 추가적인 효과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고 했다. 굳이 1만보씩 걷지 않아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3000~5000보만 걸어도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났다”며 “활동량이 부담스러운 고령층에게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