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형 제약사인 화이자와 노보 노디스크가 바이오 기업 멧세라를 놓고 벌이는 인수 쟁탈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대형 제약사인 화이자와 노보 노디스크가 바이오 기업 멧세라를 놓고 벌이는 인수 쟁탈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멧세라는 비만 및 대사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다양한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을 보유해 ‘차세대 위고비 회사’로 불린다.

화이자가 먼저 멧세라를 인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달 노보 노디스크가 인수전에 뒤늦게 끼어들면서 판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화이자는 이에 노보 노디스크와 멧세라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급속하게 성장하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패권을 잡으려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몸싸움도 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화이자VS 노보’의 비만약 전쟁

미국 대형 제약사 화이자는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덴마크의 대형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 바이오 기업 멧세라를 상대로 지난달 31일 소송을 제기했다고 3일 밝혔다.

화이자는 앞서 지난 9월 멧세라를 최대 73억달러(약 10조4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화이자는 그동안 비만 치료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후보 물질 개발에 공을 들였지만, 임상 시험에 잇따라 실패한 바 있다. 이에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을 여럿 보유한 멧세라를 인수함으로써 비만 치료제 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한 것이다.

판이 뒤집힌 것은 지난달이다. 노보 노디스크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형태로 돈을 더 얹어 멧세라에 최대 90억달러(약 12조8400억원)를 제안하면서 가로채기에 나선 것이다. 멧세라는 이에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노보 노디스크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멧세라 측은 또한 “이를 ‘우월한 회사 제안’으로 판단하고 화이자에 통보했다”고 했다.

화이자는 즉각 반발하고 노보 노디스크와 멧세라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화이자는 성명을 내고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회사가 신흥 미국 기업을 인수해 경쟁을 억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제약업계는 일단 화이자의 인수 계약이 더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이자 주장이 더 일리가 있다”면서도 “화이자가 비만 치료제 시장에 진입하려면 아무래도 지금보다 더 많은 가격을 입장료로 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멧세라가 어떤 회사길래

두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이처럼 신흥 바이오 기업인 멧세라를 두고 정면충돌한 것은 이 회사가 비만 치료제 신약 개발에 있어 우월한 임상 결과를 잇따라 발표했기 때문이다.

멧세라는 2022년 설립돼 이제 직원 100여 명을 두고 있는 스타트업이지만, 이미 여러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비만약 후보 물질 중엔 월 1회만 투여해도 되는 ‘MET-097i’도 있다. 주 1회 투여하는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제보다 편의성을 높인 약물이다. 회사는 이 약물이 임상 2상 시험에서 최대 14.1%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시장 분석 업체들은 이 약물이 FDA 승인을 받을 경우엔 연간 매출 50억달러 이상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가 뒤늦게 멧세라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새롭게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다. ‘위고비’의 성공으로 시장을 장악했으나, 이후 잇단 공급 차질과 생산 지연을 겪으면서 경쟁 업체인 미국 일라이 릴리에 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에 최근 CEO를 교체하고 9000명 규모를 감원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 조정도 단행했다. 새로운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화이자와 노보 노디스크는 멧세라 인수를 통해 경구형 비만약을 시장에 더 빠르게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더욱 치열하게 맞붙고 있기도 하다. 먹는 비만 치료제가 나오면 현재 주사를 기피하는 환자층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비만 치료제는 최근 단순한 ‘살 빼는 약’을 넘어, 심혈관 질환이나 지방간까지 치료할 수 있는 만성 질환 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기도 하다. 시장조사 기관 TD 코웬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25년 720억달러에서 2030년 139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5년 안에 두 배가량 커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