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 유전 질환을 안고 태어난 아기 멀둔(Muldoon)은 체내 질소화합물을 제거하지 못해 독성이 강한 암모니아가 뇌에 쌓여갔다. 생후 7개월 아기가 간 이식 수술을 받기도 전에 숨질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한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연구팀은 긴급하게 치료제를 만들기로 했다. 이들은 미 연방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했고, FDA(미 식품의약국)도 발 빠르게 움직여 개별 응급 환자를 위한 맞춤 승인 절차로 치료제를 허가했다.
지난 5월 세계를 놀라게 했던 역대 최초의 개인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로 건강을 회복한 아기의 얘기다. 이런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가 앞으로 더 많은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지가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연구팀이 아기를 치료하기 위해 적용한 유전자 편집 기술은 ‘베이스 에디팅(Base editing)’. 잘못 쓴 글자 하나를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는 것처럼, DNA 속 염기 한 개만 교체해 염기 서열을 원하는 대로 완성시키는 기술이다. 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치료제를 주사로 세 번 맞은 아기 멀둔은 극적으로 호전됐다. 혈중 암모니아 수치가 떨어지고, 약 복용량이 줄었으며, 서서 걸을 수도 있게 됐다.
이 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맞춤형 유전자 치료를 받고 싶다는 수요가 늘었고, FDA도 적극적으로 규제 문턱을 낮추겠다고 나서고 있다.
FDA는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가 개발되면 새로운 임상 시험 데이터를 요구하지만,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멀둔의 치료에서 얻은 안전성 데이터를 그대로 인정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연구팀이 앞으로 또 다른 맞춤형 치료제를 만들어내는 기간이 6개월에서 3~4개월로 단축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향후 5~15명의 아이가 추가로 치료를 받을 경우, FDA가 이 치료제를 정식 승인할 가능성도 높다”며 “다만 이 과정에는 제약사나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연구 기관도 개인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네이처는 UC버클리와 UC샌프란시스코가 최근 ‘소아 CRISPR(크리스퍼) 치료 센터’를 세우고 비슷한 개인 맞춤형 치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 미국 정부 산하 건강혁신연구청(ARPA-H)도 정밀 유전 치료 연구를 지원하는 새 프로그램들을 출범시켰다고 네이처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