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 기업 화이자, 덴마크 제약 기업 노보노디스크 각사 로고. /연합뉴스

미국의 비만약 개발사인 멧세라(Metsera)를 두고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 화이자가 인수 경쟁에 돌입했다. 지난달 화이자가 멧세라의 인수 결정을 공식 발표했는데, 노보 노디스크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형태로 돈을 더 얹어 멧세라에 제안하면서 가로채기에 나선 것이다.

30일(현지 시각) 멧세라는 노보 노디스크로부터 최대 90억달러(약 12조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멧세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우월한 회사 제안(superior company proposal)’으로 판단하고 화이자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멧세라는 과거 노보 노디스크의 인수 제안을 ‘거래 구조상의 여러 위험’을 이유로 한 차례 거절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조건과 구조가 개선되면서 우월한 제안으로 인정했다. 이 소식에 이날 뉴욕 증시에서 멧세라 주가는 종가 기준 전일 대비 22.6% 급등했다.

◇화이자 10조원 vs 노보 노디스크 12조원

앞서 화이자는 지난달 22일 멧세라를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비만 신약 자체 개발에 실패하자 전략을 바꿔 비만약 개발사 인수에 나선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화이자를 뛰어넘는 인수 조건을 제시하면서 판을 흔들었다. 노보 노디스크가 멧세라에 제시한 인수안은 6억5000만달러의 선지급금을 제시하고 추가 성과 달성 조건에 따라 최대 90억달러까지 지급하는 조건이다.

화이자의 기존 제안은 주당 47.50달러의 선지급금과 22.50달러의 조건부 추가금으로 구성돼, 최대 72억달러(약 10조원) 규모다. 노보 노디스크가 주당 56.50달러 현금 보장과 최대 21.25달러의 추가 지급을 제시해 조건에서 앞섰다.

이날 화이자는 즉각 반발하며 노보 노디스크를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화이자는 성명에서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회사가 신흥 미국 기업을 인수해 경쟁을 억제하려는 시도”라면서 “노보 노디스크의 제안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환상에 불과한 구조로, 독점금지법을 회피하려는 방식으로 짜여 있다”고 주장했다.

남은 건 멧세라 이사회의 결정이다. 현재 화이자의 인수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 멧세라가 화이자에 권리를 부여한 4영업일 내 화이자가 인수 조건을 조정해 멧세라에 제시한 뒤 멧세라 이사회가 노보 노디스크의 제안이 더 우월하다고 판단하면 화이자와의 인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기존 약과 다른 원리, 약효 지속 시간 보여

현재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미국 일라이 릴리 ‘마운자로’의 양강 구도다. 모두 식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을 모방한 약물이다.

멧세라가 개발 중인 MET-233i은 췌장에서 인슐린과 함께 분비되는 호르몬인 아밀린을 모방한 약물로, GLP-1처럼 식욕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높인다. 지난 6월 임상 1상 시험에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고 발표하자 증시에서 주가가 장중 25%까지 급등했다.

이 회사는 GLP-1 계열 MET-097i도 개발하고 있다. 이 비만약 후보는 월 1회 투여가 가능해 복용 편의성에서 차별성이 있다. 기존 비만약은 1주에 한 번 투여한다. 회사는 임상 2상 시험에서 최대 14.1%의 체중 감소 효과와 우수한 내약성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선 이번 노보 노디스크의 결단을 두고 여러 해석과 평가가 나왔다. 노보 노디스크의 제안이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회사는 이번 거래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65억달러를 지급하는 대신 멧세라 비의결지분의 50%를 확보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이 구조에 대해 우머 라팟(Umer Raffat) 에버코어 ISI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50%의 계약 해지 수수료를 제안하는 셈”이라고 평했다.

노보 노디스크가 이런 위험 부담을 안고 멧세라 인수에 나선 것은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삭센다·오젬픽·위고비 등 당뇨·비만 신약을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했지만 최근 미국 일라이 릴리와의 경쟁에서 선두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전은 노보 노디스크 최대 주주가 이사회 개편을 요구한 지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앞서 노보 노디스크는 CEO가 교체한 데 이어 직원 9000명 감원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