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서 꿀을 찾는 호박벌 모습. 호박벌도 친구 따라 기분이 바뀌는 이른바 '감정 전염'을 겪는다는 사실을 중국 남방의과대 공중보건대학 심리학과 페이 펑 교수팀이 발견했다. /Getty Images

친구나 가족 중 누군가가 신이 났다면 옆에 있던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반대로 우울한 사람 곁에 있으면 나 역시 무거운 기분을 느낀다. 이를 심리학에선 ‘감정 전염(emotion contagion)’이라고 부른다.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 새, 물고기 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궁금증 하나. 곤충도 혹시 이런 ‘감정 전염’을 겪을까.

중국 남방의과대 공중보건대학 심리학과 페이 펑 교수팀은 이 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 호박벌로 실험해 봤다. 플라스틱으로 파란색과 초록색 꽃을 만들고 파란 꽃에만 설탕물을 넣었다. 호박벌이 파란색 꽃을 보면 ‘꿀이 있겠다’고 여기도록 훈련시킨 것이다. 이후 연구팀은 파란색과 초록색의 중간 빛깔 꽃을 새로 만들었다. 이 꽃에 낙관적인 성격의 벌은 ‘여기 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면서 달려들었지만, 부정적인 성격의 벌은 망설이거나 가까이 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낙관적인 벌’을 다른 벌과 30초간 같이 있게 했다. 함께 있던 다른 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놀랍게도 같이 있던 벌이 낙관적으로 변해 중간 빛깔 꽃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꿀을 먹는 직접 보상을 경험하지 못했는데도, 낙관적인 벌과 있다 보니 ‘긍정적인 성격’에 전염된 것이다.

연구팀은 전염 방식도 확인했다. 두 벌이 서로 볼 수만 있고, 냄새나 접촉은 못 하는 상황에도 ‘감정 전염’은 생겼다. 반면 어두운 곳에선 이 같은 감정 전염이 일어나지 않았다. 감정 전염은 시각적 정보를 통해 일어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벌이 낙천적인 기분을 널리 공유하면 동료들도 더 활발하게 꿀을 찾으러 나갈 수 있다”면서 “이는 군집 전체의 생존에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감정 전염은 척추동물뿐 아니라 사회성을 가진 곤충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를 통해 알게 됐다. 감정 전염은 진화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메커니즘일 수 있다”고 했다. 연구는 지난 2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