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고래(Bowhead whale)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포유류다. 무려 200년을 넘게 산다.
과학자들이 최근 이 북극고래의 장수 비결을 찾아냈다고 29일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북극고래 몸엔 외부 환경이 추울수록 만들어지는 RNA 결합 단백질인 ‘냉각 유도 단백질(CIRPB·cold-inducible RNA-binding protein)’이 다른 포유류보다 유달리 많은데, 이 냉각 유도 단백질이 몸속 DNA가 손상되면 스스로 고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29일 네이처지에 소개됐다.
◇200년 사는 북극고래의 비결
북극고래는 입이 활처럼 길게 휘어져 있어 영어로 보헤드(bowhead)라고 불린다. 어른 고래의 평균 몸무게는 80t 정도. 몸길이는 14~18m에 이른다. 유독 큰 개체는 20m를 넘게도 자란다. 몸집이 큰 코끼리는 보통 6t 정도 나간다. 사람이 타지 않은 보잉 737 여객기의 무게가 보통 40t 정도다. 북극고래 한 마리 무게가 코끼리 13마리, 여객기 2대에 맞먹는 것이다.
북극의 차디찬 바닷물에서 사는 만큼 체온을 유지해 주는 몸속 지방층도 두껍다. 지방층 두께만 50~60㎝에 달한다.
북극고래는 보통 200년 가까이 산다. ‘최장수 포유류’로 불리는 이유다. 지금까지 발견된 개체 중 가장 오래 산 북극고래는 211년을 살았다. 워낙 몸집이 커서 세포 수가 많으니, 다른 동물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로 북극고래는 암에 거의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 로체스터대 베라 고르부노바 교수팀은 북극고래의 장수 비결을 알기 위해, 매년 직접 북극 이누피아크 원주민에게 고래 조직 샘플을 얻어 이를 배양하고 분석해 왔다.
연구팀은 먼저 북극고래 세포와 사람의 체세포를 비교했다. 실험실에서 양쪽 모두에게 암을 유도하는 유전자(돌연변이)를 단계적으로 주입했다.
보통 세포는 여러 개의 돌연변이가 쌓여야 비로소 암세포로 변한다. 사람의 세포는 대개 3~5개 정도의 주요 돌연변이를 주입하면 암으로 바뀌었다면, 북극고래의 세포는 그보다 적은 돌연변이만 넣어도 암세포로 변했다. 북극고래가 선천적으로 암에 안 걸리는 동물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대신 북극고래에겐 놀라운 DNA 복구 능력이 있었다. 냉각 유도 단백질이 다른 포유류보다 유달리 많이 발현되다 보니, DNA가 망가져도 금세 복구됐다는 것이다. 이 냉각 유도 단백질은 북극고래뿐 아니라 대부분 포유류에게도 있지만, 북극고래 몸속에서 냉각 유도 단백질은 훨씬 더 강력하고 안정적으로 발현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에 사람의 세포에서도 냉각 유도 단백질이 과도하게 발현되도록 해봤다. 그랬더니 파손된 DNA가 복구되는 속도가 평소보다 빨라졌다. 이후엔 초파리에게도 같은 단백질을 발현시켜 보았다. 역시 수명이 늘었고, 방사선 노출에도 강해졌다.
◇DNA 복구 능력의 ‘열쇠’
고르부노바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는 DNA 복구 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했다. “북극고래를 통해 DNA 손상을 줄이는 것이 암을 예방하고 오래 사는 열쇠임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를 검토한 중국 퉁지대 마오즈용 교수도 “DNA 복구를 통한 유전체 안정성 유지가 장수의 핵심”이라며 “인간도 이 메커니즘을 이용해 노화를 늦출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