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하품을 할까.
사람을 비롯한 척추동물은 대부분 하품을 하거나, 하품과 비슷한 행동을 한다. 무리를 이루어 사는 개코원숭이도 하품하고, 혼자 사는 경우가 많은 오랑우탄도 하품을 한다. 앵무새·펭귄·악어도 하품을 한다. 과학계에선 아직 동물이 왜 하품을 하는지 그 이유가 제대로 밝혀지진 않았다. 최근까지도 의견이 엇갈린다.
흔히들 산소가 부족해서 하품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학자들은 이미 1980년대에 여러 연구를 통해 산소 농도와 하품은 관련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가령, 실험 참가자들이 흡입하는 공기의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했을 때, 가스 농도 변화가 다른 호흡 반응에는 영향을 줬지만 하품 횟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폐 질환이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하품을 더 많이 하거나 적게 하는 경향을 보이지도 않았다.
28일 영국 가디언은 최근 새로운 가설을 제기한 연구를 소개했다. 존스홉킨스대 행동생물학 교수 앤드루 갤럽의 연구다. 갤럽은 ‘사람이 뇌의 온도를 낮추려고 하품을 한다’고 봤다. 하품이 뇌의 온도를 조절하고 혈류를 늘려준다는 것이다.
갤럽 교수팀은 보행자 120명을 모아 겨울철과 여름철에 길에서 걷도록 했다. 이후 ‘하품이 얼마나 나왔는지’를 묻고, 주변 온도에 따른 변화를 분석했다. 갤럽 교수팀은 비교적 따뜻한 조건에서 사람들이 자주 하품을 했고, 반대로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울 땐 상대적으로 하품을 덜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갤럽 교수팀은 하품이 뇌의 온도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뇌의 온도는 보통 세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뇌로 들어가는 혈류량, 그 혈액의 온도, 신경세포의 활동으로 생기는 대사열 등이다. 하품은 이 중 앞의 두 가지를 바꿀 수 있다. 하품을 하면 입과 코, 혀의 표면을 공기가 지나가며 열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실제 다른 연구에서도 주변 온도와 하품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가 약간 더울 때는 하품이 늘고, 오히려 너무 더워지면 하품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뜨거워 오히려 온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하품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반대로 추운 날씨에선 이미 뇌가 충분히 식어 있기 때문에 온도를 낮출 필요가 없어 하품은 줄어들었다.
물론 다른 가설도 계속 나오고 있다. 예컨대 의학 연구자 올리비에 왈뤼신스키의 연구는 ‘각성 상태 전환’ 때문에 사람이 하품을 한다고 주장한다. 하품이 뇌가 다른 상태로 바뀔 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가령 잠에서 깰 때 하품을 하면 뇌가 집중 상태로 전환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