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바이오 산업 혁신과 의료 주권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본지가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환자 동의를 얻어 21만명의 임상 정보를 수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지난 9월까지 확보한 인원은 8만명에 그쳐 목표 대비 38% 수준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은 정부가 2032년까지 100만명 규모의 바이오 데이터를 확보해 신약 개발, 정밀 의료, 질병 예측 연구에 활용하겠다며 지난해 본격 착수한 범부처 사업이다. 우선 2028년까지 국비 6039억원을 투입한다. 국내 건강검진 기관과 상급 종합병원에서 개인 동의를 받아 혈액·조직 등의 생체 검체를 수집하고, 국내 기업 및 연구 기관이 유전체를 분석한다. 생체 정보가 앞으로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뒤늦게 추진됐다.
하지만 주요국과 비교하면 사업 시작이 늦었는데 추진 속도도 더딘 상황이다. 영국은 2010년에 ‘UK 바이오뱅크’ 사업을 통해 자국민 50만명 이상의 유전체 정보를 구축했고, 미국도 NIH(국립보건원) 주도의 ‘올오브어스(All of Us)’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까지 85만명 참여자를 모집했다. 핀란드는 핀젠(FinnGen) 프로젝트로 인구 550만명 중 50만명의 유전체 정보를 확보했다. 이미 선진국은 데이터를 활용해 신약 개발과 보험 제도 개편까지 진행 중이지만 한국은 데이터 수집조차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가 전략 자산인 바이오 데이터 확보 지연의 여파는 미래 글로벌 신약 시장, AI(인공지능) 기반 맞춤 의료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 격차로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