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5일 오후 부산 기장군 장안읍 월내 쪽에서 바라본 고리2호기(오른쪽 두 번째)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탈원전 정책 이후 첫 원자력발전소 계속 운전 여부를 23일 오늘 다시 논의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23일 오전 10시 30분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 허가에 대한 심의를 재개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2호기의 가동 연한을 최대 10년 연장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 여부는 앞으로 이어질 노후 원전 계속 운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고리 3·4호기와 한빛 1·2호기 및 한울 1·2기도 원안위에 계속 운전 허가 심의를 신청한 상태다.

◇고리 2호기 수명 연장될까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2호기는 1977년 5월 26일 착공, 1983년 8월 10일 상업 운전을 시작한 국내 두 번째 원자력발전소다. 한수원은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된 2023년 4월 8일 밤 10시를 끝으로 발전을 정지하고, 이후 계속 운전 준비를 위한 정비 등의 절차를 진행해 왔다.

계속 운전은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해 이상이 없을 경우 10년 더 가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계속 운전 결정이 내려질 경우 탈원전 정책 전인 2008년 고리 1호기, 2015년 월성 1호기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사례가 된다.

지난달 25일 열린 원안위 심위에선 당시 자료 보완 및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 여부는 앞으로 이어질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고리 3·4호기와 한빛 1·2호기 및 한울 1·2호기도 원안위에 계속 운전 허가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안전성 담보되면 연장해서 사용”

이번 고리 2호기 계속 운전 허가는 이재명 정부의 원전 관련 입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더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차세대 원전인 SMR(소형 모듈 원자로) 1기 건설과 관련해 “짓는 데 최소 15년이 걸리고 지을 곳도 지으려다가 중단한 한 곳 빼고는 없다” “SMR은 기술 개발도 안 됐다” “안전성이 담보되고 부지가 있으면 짓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원전 계속 운전에선 “가동 기간이 지난 원전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연장해서 사용하고, 짓고 있는 것은 잘 지어야 한다”고 해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도 지난 15일 고리 2호기 현장을 점검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안전한 원전을 병행한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로 우리나라의 전력 수급 안정과 온실가스 감축, 산업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23일 원안위 구성이 첫 회의와 달라지는 점이 변수가 될지도 주목된다. 국민의힘 추천 몫인 김균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박사와 제무성 한양대 교수의 임기가 지난 12일 만료되면서 이들 두 위원은 논의에서 빠지게 됐기 때문이다. 한 차례 더 밀리면 민주당 추천 몫인 박천홍 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의 임기도 종료된다.

다만 9인 회의체인 원안위는 의결 기준이 재적(7인) 과반 찬성(4인)으로 이들이 이탈해도 의결은 가능하다.

원안위는 국회에 공석이 된 국회 추천 몫 원안위원들을 뽑아달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국회에서는 아직 위촉과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는 반발

기후위기비상행동, 탈핵부산시민연대, 종교환경회의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달 2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고리원전 2호기 계속운전 심사 중단·영구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단체는 고리2호기 계속 운전에 대해 계속 반발하고 있다. 이번 심의를 앞두고 탈핵부산시민연대와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안위 심의 절차와 전제 서류가 위법하다”면서 심의 무효 확인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함께 제기하기도 했다.

한빛 1·2호기 수명 만료를 앞두고 있는 전북에서도 민주노총 등은 수명 연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전이 쓰던 기존 송전망을 개선해 재생에너지 배분과 계통 연계 등에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