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신 중 진통제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증과 연관이 있다"고 말하는 모습. 왼쪽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증가하는 자폐증을 퇴치하겠다’고 선언한 이후로, 미국에선 ‘아동 자폐 유병률이 높아진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임신부가 진통제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것이 자폐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해 반발을 낳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자폐를 진단하는 시대적 기준이 달라진 것이 유병률이 높아진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폐증을 진단하다 보니 통계에 잡히는 자폐증 발병률도 높아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계속되는 美 자폐율 논란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및 의사소통 기술의 어려움과 반복적 행동을 하는 신경 발달 질환이다.

미국 보건복지부(HHS)에 따르면, 미국에선 자폐증 아동 비율이 2000년 150명 중 1명꼴에서 최근 31명 중 1명꼴로 늘었다. 이에 지난 4월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폐증 유행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9월까지 대규모 검사와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WSJ는 그러나 많은 의사와 과학자는 자폐증을 진단하는 기준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에 유병률도 높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1980년엔 어린이에게 자폐를 진단하는 경우는 생후 30개월 이전에 ‘심한 언어 결손’ ‘환경에 대한 특이하고 기이한 반응’ ‘사람에 대한 관심 부족’을 보이는 정도에 그쳤다는 것이다. 1994년부터 ‘사회적·행동적 특성(집착적 관심 등)‘이 자폐증의 범주로 확장됐고, 아스퍼거 증후군 같은 증상도 넓게 자폐의 일종으로 포함해 진단하고 이를 통계에도 반영하기 시작했다.

2013년엔 각종 감각 이상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추가됐다. 생후 30개월 이전에 증상이 나타날 경우만 자폐를 진단하던 것도 완화됐다. 2007년 미국소아과학회가 생후 18개월과 24개월의 전수 선별 검사를 권고하면서 이후엔 더 많은 아이들이 또한 자폐 진단을 받게 됐다.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 덕에 자폐 진단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사회적으로 자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치료를 받는 환자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쳤다.

펜실베이니아대 펜 정신건강센터 소장인 데이비드 맨델은 “임상의들이 자폐증을 진단서에 올리는 방식이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고 했다.


◇지역 따라 유병률 차이 커

WSJ는 또한 자폐증 유병률이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결국 ‘조사 방식의 문제’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가령, 2022년 연방 자료에 따르면, 텍사스주 라레도에선 8세 아동 1000명당 9.7명이 자폐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캘리포니아에선 1000명당 53.1명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게까지 차이가 큰 것은 캘리포니아엔 소아과 의사에게 조기 선별·의뢰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라고 WSJ는 설명했다. 적극적인 진료 프로그램 덕분에 자폐 진단을 받는 아동 환자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두 번째로 유병률이 높은 펜실베이니아 경우도 비슷했다. 이곳에선 부모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장애 아동에게 보험(메디케이드) 적용을 허용하기 때문에 자폐 유병율이 높게 나왔다고 WSJ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