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세브란스 연구팀이 파킨슨병 환자에게 배아줄기세포(수정란에서 유래해 인체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 줄기세포)로 만든 도파민 신경세포를 이식해 증상이 뚜렷하게 호전된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도파민은 중추신경계에서 신경 전달 물질이자 호르몬으로 작용하는 유기 화합물로, 뇌의 보상 회로와 운동 조절 등 다양한 신체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선 최초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보고된 배아줄기세포 파킨슨병 세포 치료 임상이다. 해당 연구 결과는 14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실렸다.
김동욱 연세대 의과대학 생리학 교수, 이필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바이오 기업 ‘에스바이오메딕스’가 구성한 공동 연구팀은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지 5년이 넘은 환자 12명을 모아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환자들 뇌에 배아줄기세포 도파민 신경세포를 이식했고, 이후 1년 동안 경과를 추적·관찰했다.
파킨슨병은 신경세포가 퇴화해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 줄면서 생기는 병이다. 증상이 진행되면 근육이 굳거나 떨리면서 운동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심하면 치매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전 세계 1000만명, 국내엔 15만명가량이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진 도파민 보충제를 먹는 것 외엔 근본적인 치료법이 사실상 없었다.
연구팀은 도파민이 줄어든 뇌 부위에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도파민 신경세포를 주입하면, 이식된 세포가 자리를 잡고 스스로 도파민을 만들어내 뇌 회로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고 보고 임상을 진행했다. 임상 결과, 도파민 신경세포를 고용량으로 이식한 환자 6명은 증상이 평균 43.1%가량 호전됐다. 저용량으로 이식한 환자 6명은 27.8%가량 증상이 나아졌다. 운동 기능을 살펴봤을 때도 고용량군은 26.9%, 저용량군은 21.8%가 1년 전보다 좋아졌다.
파킨슨병 환자들 상당수는 걸을 때 발이 땅에 얼어붙듯 순간적으로 멈추는 이른바 ‘보행 동결’ 증상도 겪는다. 고용량군 6명은 모두 이 같은 증상이 사라지거나 호전된 것을 경험했다. 저용량군 환자 중 4명은 보행 동결 증상이 개선됐다.
연구팀은 “환자 중엔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하던 이도 있었는데, 수술 후 1년쯤 지났을 땐 다시 음악 지휘를 시작할 정도로 몸이 회복됐다”며 “근육 경직으로 외출을 못 했던 또 다른 환자는 1년 뒤 친구들과 동네 축제를 즐길 정도로 증상이 호전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