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국가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 연구진이 메탄을 친환경 바이오소재로 전환할 수 있는 자동화 실험 체계를 구축하고 실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설계와 제작, 시험, 학습 사이클을 반복하며 데이터를 모으고,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더 나은 실험 방법과 유전자 설계를 제시한다. 많은 생물학적 데이터를 빠르고 쉽게 모을 수 있어 신소재나 의약품, 친환경 화학물질 같은 바이오제품 개발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연구진은 대기 중 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메탄을 바이오파운드리를 이용해 유용한 자원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4배 이상 강력한 온실효과를 일으키지만, 이를 줄일 수 있는 자연적 흡수 경로는 매우 제한적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확장형 반자동화 실험 시스템을 구축했다.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실험 단계를 유연하게 조합할 수 있어, 수천 건 이상의 대규모 실험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자동화 장비를 도입한 결과, 샘플 준비부터 유전자 조립, 미생물 도입까지 최대 36배 빠른 실험 속도를 달성했다.
이 방식을 기반으로 타이어와 접착제, 연료첨가제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되는 이소프렌 합성 효소를 개량했다. 이렇게 개량된 효소를, 메탄을 먹는 미생물에 적용하자, 온실가스인 메탄을 이소프렌으로 바꾸는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기존 이소프렌 합성 효소는 발현이 잘되지 않거나 활성이 낮아 상용화가 어려웠지만, 자동화된 데이터 기반 설계를 통해 효소 반응 효율이 최대 4.5배 높아지고, 열 안정성도 개선됐다.
이승구 책임연구원은 “계산 설계와 자동화 실험,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하나로 통합한 확장형 워크플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의가 크다”며 “이 시스템을 통해 쌓이는 고품질 데이터가 AI 기반 설계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디지털 바이오제조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및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춘 미 에너지부(DOE) 산하의 공공 바이오파운드리 ‘애자일 바이오파운드리(Agile BioFoundry)’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진행됐다. 결과는 국제 학술지 ‘생명공학 동향(Trends in Biotechnology)’에 지난 9월 13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Trends in Biotechnology(2025), DOI: https://doi.org/10.1016/j.tibtech.2025.08.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