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CHAT-GPT

뇌 질환 진단·치료 인공지능(AI) 기업인 뉴로핏은 미국 델라웨어주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다고 14일 밝혔다. 신설 법인은 뉴로핏이 100% 출자해 설립되며, 10월 중으로 설립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2016년에 설립된 뉴로핏은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빈준길, 김동현 공동대표가 창업한 회사로, 지난 7월 코스닥에 상장해 공모 자금 280억원을 조달했다. 뉴로핏은 뇌 영상을 분석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투약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질병 원인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변화를 추적하는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회사는 미국 법인 설립을 계기로 현지 출시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빈준길 뉴로핏 공동 대표이사는 “미국은 세계 최대 의료 시장이자 AI 기반 뇌 질환 진단·치료 설루션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라며 “미국 법인 설립을 통해 현지 맞춤형 전략을 강화하고 글로벌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세계 최대 헬스케어 시장인 미국에 자사 제품을 출시하고, 현지 연구·개발(R&D)로 시판 허가를 앞당기기 위해 잇따라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최근 무역·관세 환경 변동성이 커지면서 현지 법인을 통해 제조·생산·유통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해진 측면도 있다.

뉴로핏 아쿠아. /뉴로핏

◇미국 법인 세워 신약, 디지털 치료제 출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미국 매출 확대를 위해 현지 법인을 세웠다. SK바이오팜도 미국 법인을 통해 2020년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미국에 출시했다. 연구 중심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도 세워 현지 연구자를 잇따라 영입했다.

최근엔 중남미 제약기업 유로파마와 미국에 합작법인 ‘멘티스케어(Mentis Care)’를 설립했다. 지난 6월 SK바이오팜은 자사 기술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멘티스케어의 지분 80%를 확보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AI 기반 뇌전증 관리 플랫폼을 비롯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재생의학 전문기업 파마리서치는 안면 주름 개선용 의료기기인 리쥬란의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2023년 현지 법인을 열었다. 파마리서치 창업주 정상수 의장의 딸 정유진 이사가 미국 법인을 이끌고 있다. 파마리서치 미국 법인은 리쥬란 화장품을 먼저 출시했으며, 주사제 FDA 허가를 받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잡았다.

16일(현지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USA에서 SK바이오팜이 마련한 전시 부스./보스턴=허지윤 기자

◇현지 법인으로 기술 수출, 신약 개발도 가속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기술 수출 성과와 R&D 성공률을 높이는 전략으로도 해외 법인 설립을 삼는 회사들도 많다. 현지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규제 당국의 허가 관문을 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 개발 업체인 디앤디파마텍과 항체 신약 개발 기업 에이비엘바이오도 각각 미국에 법인을 두고 있다. 두 회사는 최근 임상시험과 기술 수출 성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디앤디파마텍은 2023~2024년 미국 멧세라(Metsera)에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 MET-002o(DD02S) , MET-GGGo(DD03), 피하주사용 비만 치료제 DD15 등을 기술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엔 대사이상성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개발 중인 DD01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패스트트랙(신속 심사) 대상 의약품으로 지정됐고, 올해 6월에는 임상 2상 시험의 1차 평가지표를 달성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7월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그해 12월 미국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지난해 6월과 10월 각각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와 머크(MSD)와 항암제 병용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임상시험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 중인 신생혈관 억제 항암제 후보물질에 대해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기술 이전을 위한 사업 개발 기회를 키우고자 미국에 100% 자회사를 세운 것”이라며 “자회사에 사업개발을 전담시켜 미국과 유럽 등의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사업 개발 기회를 활발히 늘려 나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