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에 이어 화학상에서도 공동 수상자를 배출했다. 일본의 31번째 노벨상이자, 27번째 과학 분야 수상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8일 “202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기타가와 스스무(74) 일본 교토대 교수, 영국 출신의 리처드 롭슨(88) 호주 멜버른대 교수, 요르단 출신의 오마르 M. 야기(60) 미 UC버클리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세 과학자는 ‘금속 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s·MOF)’라는 새로운 분자 구조를 만든 공로로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게 됐다.

금속 유기 골격체는 금속 원자(이온)와 유기물 분자가 레고 블록처럼 서로 연결되어 만든 그물 모양의 구조다. 이 구조 안엔 미세한 구멍이 수없이 많아 공기 중의 가스나 화학 물질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쉽게 말해 원자와 분자로 만든 작은 스펀지인데, 기체나 물질을 잡아두고 저장할 수 있다.

MOF는 이러한 성질을 활용해 일상에서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사막 같은 물 부족 지역에서 밤에 공기 중 물을 모을 수 있다. 또 발전소나 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구 온난화를 줄일 수 있다. 수소와 메탄 같은 기체를 효과적으로 저장할 수 있고, 유해 가스를 저장해 없애는 데도 쓰인다. 특정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노벨위원회는 리처드 롭슨이 1989년 처음으로 MOF 구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금속과 분자를 엮어 다이아몬드처럼 구멍이 많은 구조를 만든 것이다. 다만 그 구조는 너무 약해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기타가와 스스무가 이 구조 안으로 기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이런 구조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도 예측했다. 이후 오마르 M. 야기는 튼튼하고 안정적인 MOF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노벨위원회는 “이후 전 세계 화학자들은 수만 종의 MOF를 만들었고, 그중 일부는 탄소 포집, 물 부족 해결, 환경 정화 등 인류의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인다”고 밝혔다. 하이너 링케 노벨 화학상 위원장은 “MOF 기술은 완전히 새로운 재료의 세계를 열었다”면서 “이를 통해 우리가 요구하는 기능을 분자 수준에서 설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노벨화학상은 지난 1901년부터 올해까지 117회에 걸쳐 200명에게 수여됐다. 지난해에는 단백질 구조 예측과 설계 연구에 이바지한 데이비드 베이커, 데미스 허사비스, 존 점퍼가 공동 수상했다. 올해 수상자들은 상금 1100만 스웨덴크로나(약 16억원)를 3분의 1씩 나눠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