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시즌이 돌아왔다. 6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13일까지 물리학상·화학상·문학상·평화상·경제학상 등 총 6개 부문 수상자가 발표된다. 첫날에는 인류의 생명과학 발전에 공헌을 한 과학자에게 수여되는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공개된다. 올해 수상의 영예를 안을 주인공은 누굴까.
국제 학술정보 분석기업인 클래리베이트(Clarivate)는 매년 노벨상 수상을 앞두고 논문 피인용 건수를 기준으로 노벨상급 연구자를 추려 그 명단을 제공해 왔다. 2002년부터 피인용 횟수 상위 0.01%인 연구자들을 발표했으며,지금까지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83명이 노벨 의학상과 물리학상, 화학상, 경제학상을 받았다.
올해 의학 부문에서는 3개 주제에서 6명의 연구자가 ‘피인용 횟수 후보(Citation Laureates)’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클래리베이트가 주목한 연구 주제는 크게 선천성 면역 반응과 백혈병 줄기세포, 대사·식욕 조절이다.
우선 선천 면역계의 핵심 경로인 cGAS–스팅(STING) 경로에 관한 연구 업적으로 3명의 연구자가 주목을 받았다.
안드레아 아블라서(Andrea Ablasser)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EPFL) 교수가 밝힌 cGAS–스팅 경로는 우리 몸의 중요한 세포 방어 신호 체계로, 세포가 ‘침입자’를 발견했을 때 경고를 보낸다. cGAS 단백질이 침입자의 DNA를 감지하면 작은 신호분자(cGAMP)를 만들어 스팅에 전달한다. 스팅은 인체에 침투한 바이러스나 세균에서 나오는 DNA 조각을 인식하는 생체 내 센서 역할을 한다. 이 연구는 바이러스 감염과 암, 자가면역질환의 메커니즘 이해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렌 바버(Glen Barber)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는 스팅 단백질과 면역반응 간 연결 고리를 밝혀 선천 면역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 즈지안 제임스 천(Zhijian James Chen)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하워드 휴즈 연구소 교수도 세포 내 DNA를 감지하고 면역 반응을 촉발하는 cGAS–스팅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들의 스팅 관련 연구 업적은 자가면역질환과 항암·항바이러스 치료 타깃 발굴과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암 분야에서는 존 딕(John Dick) 캐나다 줄기세포생물학연구위원장(토론토대 교수)이 주목된다. 그는 백혈병 줄기세포 개념을 확립해 암 재발과 치료 저항의 근본 원인을 밝혔다. 이 연구는 항암 연구 패러다임을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항암 치료는 암세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존 딕 교수는 재발과 치료 실패의 원인이 소수의 줄기세포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백혈병 조직 내 일부 세포가 자기복제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임을 증명하고, 이런 세포가 기존 치료를 회피하고 재발을 유발한다는 점을 밝혔다.
대사·식욕 조절 분야에서는 일본 연구자들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간가와 켄지(Kenji Kangawa) 국립순환기병연구센터 교수는 식욕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 을 발견해 비만, 당뇨, 심혈관질환 연구에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와 함께 연구한 고지마마사야스(Masayasu Kojima) 구루메대 명예교수는 그렐린 연구를 통해 에너지 항상성, 대사 조절, 노화 연구에 핵심적 기여를 했다.
수상자들은 노벨상의 영예와 함께 13억원이 넘는 막대한 상금도 받는다.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노벨상 상금은 매해 새로 책정된다. 노벨위원회는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연도별 상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제공하고 있다. 여러 명이 수상하면 상금을 나눠 갖는다.
지난해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마이크로 리보핵산(RNA)을 발견한 미국 과학자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은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 6400만원)를 나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