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성묘하러 산에 가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뱀에 물리거나 말벌에 쏘이는 사고가 급증한다. 독버섯을 잘못 먹고 배탈이 날 때도 있다. 예기치 못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명절 연휴 독(毒) 대처법을 살펴본다.
6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5년(2020~2024년) 추석 연휴 기간 뱀에 물려 119가 이송한 환자는 174명이다. 벌에 쏘인 환자는 1474명, 이 중 3명은 심정지로 이송됐다. 소방청은 “작은 부주의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산에서 독사에 물렸을 때 당황해서 허둥지둥하기 쉽다. 그러나 몸을 과도하게 움직이면 독이 빨리 퍼질 수 있다. 우선 뱀과 멀리 떨어져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뒤 안정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뱀에 물린 부위는 심장 쪽으로 퍼지지 않도록 물린 부위를 심장 위치보다 낮게 둬야 한다. 물린 부위는 비누와 물로 씻어야 한다.
산에 오르면서 긴 막대기로 주변 풀숲을 헤치며 뱀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뱀이 나타나면 굳이 잡으려 하지 말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 뱀에 물리면 물린 부위 윗부분을 꽉 막는 등의 응급 처치를 할 수 있으나, 자칫 피부를 꽉 묶게 되면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오히려 괴사(壞死)가 진행될 수 있다. 독을 뺀다며 물린 부위를 입으로 빨고 뱉는 것은 위험하다.
벌초를 할 때는 밝은 옷을 입는 게 좋다. 말벌은 어두운 색을 보면 공격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모자를 써서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리는 것도 방법이다. 진한 향수나 화장품도 벌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 게 좋다.
말벌은 진동에도 민감하다. 말벌이 접근했을 때 손으로 쳐내면 오히려 공격을 부를 수 있다. 실수로 벌집을 만나면 움직임을 작게 하고 안전한 장소로 피하는 게 좋다. 질병관리청은 “벌집을 건드렸을 경우 몸을 낮추고 20m 이상 빠르게 뛰어야 한다”고 했다.
말벌이 쏘는 침은 다른 벌보다 독성이 15배 강하다. 말벌에 쏘이면 알레르기 반응으로 호흡이 곤란해지고 실신하거나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말벌에 쏘이고 식은땀이 나거나 어지럽고 구토, 두통, 근육 경련이 있으면 병원에 가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벌에 쏘인 자리를 비누와 물로 씻어 2차 감염을 막아야 한다. 얼음 주머니로 부기와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도 효과적이다.
야생 독버섯도 문제가 된다. 몸에 좋은 버섯이라고 먹었다가 구토, 복통, 설사를 할 수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 자생 버섯 2292종 가운데 식용 버섯은 18%(416)에 불과하다. 독버섯은 248종, 나머지 1150종은 아직 식용 여부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독버섯은 발생 환경과 성장 단계에 따라 색상과 모습이 다양하다. 식용 버섯과 근처에서 자랄 때도 있다. 인터넷이나 책에 있는 사진과 비슷하다고 식용으로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행동이다. 전문가들은 독버섯과 식용 버섯을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