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멕시코 데밍에 세관국경보호국 항공·해양국이 운영하는 대형 풍선 플랫폼'에어로스탯'의 레이더 시스템(TARS)’이 설치된 모습. /Donna Burton

높은 고도까지 올라가는 풍선이 최근 군사 훈련에서 계속 쓰이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미 육군은 최근 42억달러 가량을 투입해 지상 근처에서 감시·통신 용도의 에어로스탯(aerostat·각종 장치를 실은 대형 풍선 형태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폴란드와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같은 나라들도 최근 각종 풍선 장치를 군사용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드론을 띄우고 위성을 활용할 수 있는 첨단 과학 기술 시대에, 때아닌 ‘군(軍) 풍선’이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군사용 풍선의 부활

군사용 풍선은 1783년 프랑스에서 열기구가 만들어지면서 주목받았다. 1794년 프랑스군은 수소 풍선을 전장에 띄워 오스트리아군 움직임을 감시했다. 이후 미국 남북전쟁,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1차 세계대전에서도 풍선은 종종 정찰·통신 수단으로 활용됐다.

풍선이 군사용 정찰·통신 수단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다. 비행기와 위성이 등장하면서 풍선은 쓰임새를 잃어갔다. 적의 비행을 방해하는 ‘방패 풍선(barrage balloon)’ 정도만 간혹 쓰였을 뿐이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최근이다. 군에서 줄에 묶인 대형 풍선 형태의 플랫폼인 ‘에어로스탯’, 고고도(高高度) 풍선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풍선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다시 회수해서 쓸 수 있다. 소음이 적고, 풍선에 탑재한 탐지 장비가 보통 수동으로 쓰여서 쉽게 발각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보통 3~5㎞ 상공에 띄우는 ‘에어로스탯’은 저공 비행하는 미사일이나 드론을 탐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몇 주에 걸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고고도 풍선은 이보다 높은 성층권(24~37㎞)에 띄운다. 묶인 줄 없이 자유 비행하는 형태다. 위성보다 낮고, 여객기보다는 높은 고도에 띄워 통신 감청을 하거나 고해상도 촬영을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결합, 바람을 타고 특정 지역에 오래 머무르게 할 수도 있다.

미국은 최근 멕시코 국경 마약 밀수 감시, 푸에르토리코 해상 불법 운송 탐지 등에도 풍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다량의 풍선을 동시에 띄워 목표 탐지·타격 유도망을 구성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지난 해엔 성층권에 전자기 스펙트럼 센서를 장착한 풍선을 띄우고 이를 통해 신형 정밀 타격 미사일이 움직이는 함선을 격추시키는 훈련도 했다.

다만 취약한 점도 있다. 성층권에선 강풍에 휘말리기 쉽다. 이로 인해 정밀 조종이 까다롭다. 풍선에 각종 장비를 탑재해도 작은 태양광 패널에만 의존해 운용하다 보면 전력이 부족해 연결이 끊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칫하면 외교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2023년 2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가든시티 해안에 나타난 대형 풍선. 미 당국은 중국이 정찰용으로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中 견제에도 적극 활용

중국이 계속 대형 풍선을 띄우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맞대응 격으로 군사 풍선을 띄우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23년 2월엔 미국 상공을 떠돌던 대형 중국 풍선이 미군 전투기에 격추돼 외교적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중국은 대만 해협에 수백 차례 감시 풍선을 띄워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