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의 자회사 ‘대웅펫’은 바이오 스타트업 라트바이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성균관대와 공동으로 세계 최초로 반려동물의 근감소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반려동물용 혁신 신약(First-In-Class)에 도전하는 것이다. 반려동물도 나이가 들면 근육이 줄어드는 근감소증을 겪게 된다. 대웅펫은 올해까지 근감소증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2026~2029년엔 근감소증 신약을 개발해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동물 의약품 시장, 113조원으로 커진다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이 계속 성장하자, 국내외 제약 업계에서도 신약을 만들 때 사람과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동시에 개발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수의학 의약품 시장 규모는 499억6000만달러(약 70조원) 정도였다. 2030년에는 808억5000만달러(약 113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8.5%씩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 MSD, 동물 의약품 기업 ‘조에티스’는 계속해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동물용 신약을 잇따라 출시하기 시작했다.

조에티스는 세계 최대 동물 의약품 기업이다. 2013년 화이자에서 분리됐다. 조에티스는 반려견 골관절염 통증 완화제로 월 1회 주사형 치료제 ‘리브렐라’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에선 2021년 처음 허가를 받았고, 한국에선 올해 출시됐다. 리브렐라는 화이자와 일라이릴리가 공동으로 개발해 온 신경 성장 인자 항체 치료제인 ‘타네주맙’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사람을 위한 신약을 개발하면서 동물 신약까지 같이 개발한 사례다. 조에티스는 내년 우리나라엔 고양이용 골관절염 통증 치료제 ‘솔렌시아’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는 산디문 뉴오랄(성분명 사이클로스포린)이라는 이름의 전신 면역 억제제를 개발해 왔다. 중증 아토피 환자에게 주로 쓰는 약이다. 노바티스는 이후 ‘노바티스 애니멀헬스’ 부문을 통해 반려견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를 개발했고, FDA와 유럽의약청 승인을 받았다. 현재는 노바티스 애니멀헬스가 일라이릴리의 계열사인 동물 치료제 기업 엘란코에 인수됐다. 엘란코가 반려동물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아토피카’를 보유하게 된 이유다.

다국적 기업 MSD도 동물 약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동물 약 부문의 매출은 약 59억달러(약 8조3000억원) 정도다. MSD가 내놓은 동물 신약 중 대표적인 제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반려동물 구충제 ‘브라벡토’다. 개를 위해 씹는 알약을 내놨고, 고양이를 위해선 연고 형태의 국소 도포제를 내놨다.

◇국내 기업들도 ‘K동물 신약’ 개발

최근엔 국내 기업들도 동물용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던 의약품을 반려동물로 확장하게 되면 한꺼번에 두 시장을 공략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동물용 신약은 사람 대상보다 임상 및 승인 절차가 비교적 간단해 빠르게 출시 가능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 HK이노엔은 지난 5월 반려동물 아토피 치료제에 대한 3상 승인을 받았다. ‘IN-115314’이라는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임상이다. 이 약은 ‘야누스 키나제-1(JAK-1)’이라는 세포 신호 속 단백질을 억제한다. 아토피 피부염 같은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면 야누스 키나제-1이 과도하게 활성돼 가려움과 염증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이 제품 역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아토피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함께 개발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인 엔솔바이오사이언스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골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동물 약도 개발하고 있다. 인체 대상 골관절염 치료제는 현재 임상 2상을 마치고 3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동물 약의 이름은 ‘조인트 벡스’다.

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인 박셀바이오도 2023년 8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반려견 전용 면역 항암제 ‘박스루킨-15’에 대한 동물용 의약품 품목 허가를 받았다. 파트너사인 유한양행이 해당 제품을 전국 동물 의약품 대리점을 통해 유통하고 있다.